세월호 침몰 참사는 대한민국의 부패와 비리, 정의감과 책임의식 부재, 먹이사슬 등으로 짜여진 부실한 국가라는 것을 전세계에 드러냈다. 외국 언론들도 한국의 안전불감증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한국이 자랑스러워한 '한강의 기적'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수사를 통해 사고가 발생하기까지의 여객선사, 단속을 맡은 운항관리사, 해운조합과 해양수산수 등 관련부처 공무원 간의 이기적이고 추악한 공생구조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과정이지만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웬만한 국민들은 다 짐작하고 있거나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다. 초대형 해난 참사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이니 사고 발생 후 대응과 수습도 부실하고 무능해야 조합에 맞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옛말 그대로이다.

문제는 정부의 무능이 잊을만 하면 터지는 황당한 재난사고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의식이 없고 관리감독시스템에 없는 나라가 전쟁은 과연 제대로 해낼런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방은 아무리 큰 사고라고 해도 비교가 안 된다. 나라 전체, 국민 전체의 생존과 운명을 가름하는 일이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첨단 장비, 고성능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들 결국은 운용주체는 사람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소명의식을 갖춘 제대로 된 사람이 있어야 첨단무기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텐데 여기는 괜찮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아침 일찍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구조를 맡은 대책본부는 실종자 수색과 구조, 가족 보살핌 등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는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대통령의 노력과 진정성에 빚을 바래게 했다.박 대통령은 분향소에서 돌아온 직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히고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큰 사고가 터지면 공무원들은 3가지 기회가 온다며 내심 기대를 갖는다고 한다. 첫째가 승진기회, 둘째가 조달잔치, 셋째가 규제확대다. 사고 관련 책임자들이 징계받아 물러나면 자동적으로 승진인사가 뒤따르고, 사고 재발을 위해 새로운 기능을 갖춘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며 예산을 뭉턱뭉턱 써도 누가 시비할 분위기가 아니고, 마찬가지로 사고예방을 한답시고 없는 규제를 새로 만들어내 공무원의 입김을 강화시켜주게 된다.


국가안전처 신설은 불가피해보이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지만, 하더라도 기존 인력에서 충원하고, 신형 장비를 도입하기 전에 공직자들의 복무기강 확립과 정신자세 쇄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법이 없어서 무질서 한 것이 아니라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온갖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인만큼 규제신설에 앞서 현행 규칙을 손질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득수 국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