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목성균 제천·단양 취재본부장] 옛 서당 습속에 삭월(朔月)이 되면 자신의 매를 마련해 스승에게 바치는 학풍이 있었다.
이때가 돌아오면 아버지는 산에 가서 자식의 매를 정성껏 마련한다.
이처럼 서당에는 내가 맞을 '매'를 내가 마련해 공부가 마칠 때까지 서당에 보관한다.
옛날에도 부모들은 가끔 서당을 찾아 자식들의 학습태도나 진도를 확인했다. 이때 부모들은 서당을 방문해 보관 중인 자식의 매를 확인한다.
매가 닳지 않고 있으면 부모는 서당 선생에게 자신의 자식에게 매질하는 초달(楚撻)이 없음을 섭섭해 하는 뜻을 선생에게 전했다.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며 과거를 보는 과장(科場)의 문장이 뛰어나면 삼십절초(三十折楚)의 문장이요, 오십절초(五十折楚)의 대구(對句)라고 했다. 서른과 쉰 자루의 매가 꺾이도록 종아리를 맞아야 얻을 수 있는 글이라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은 체벌을 통해 맘속에 깃든 악의 요소를 제거하는 행위로 악지를 뺀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회의 가치관이 요구되는 이치에 위배되는 무리(無理), 곧 그 악지를 빼는 교육적 의미로 체벌이 일상화 됐던 것이다.
악지를 빼는 체벌은 어린이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어른에게도 일상화 돼 있었다. 백발 노모가 늙은 아들의 종아리를 쳐 악지를 빼는 일쯤은 법도 있는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악지를 빼는 것과 가풍과 효에 대한 철학으로 부모들이 매를 들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국가 전체가 침몰되고 있다.
정부의 부실한 재난대응 체계와 사고에 대한 초동대처 부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꽃을 다 피우지 못한 아이들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의 안일함이 구명정 하나 펴지 못한 채 진실을 묶어 버렸다. 온 국민들은 이것 밖에 되지 못하는 나라인가 절망감이 깊어진다. 정부가 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누군가 어른들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오래 전 모 TV에서 방영된 여성 대통령을 주제로 한 드라마 '대물'이 생각난다.
이 드라마에서 여성 대통령으로 나온 여주인공은 "말 안 듣는 정치인들에게 국민 여러분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며 눈물로 국민들에게 호소하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체벌이 어린이에게만 극한 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어른들에게도 매를 들어야 하는 것이 작금에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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