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이재기 제2사회부장
충청권 개발 동력으로 여겨졌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특별시) 건설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다음달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향후 5년간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행정도시 건설은 사실상 관심 밖의 사안에 머물고 있는 인상이다. 이러다가 힘들게 충청권에 건설이 확정된 행정도시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국가적인 문제로 귀결될 수 있으나 차질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충청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현실 속에 최근 충청권의 자세는 선뜻 이해할 수 없다. 너무 무관심하고 안일한 것이다.얼마전까지만 해도 행정도시 건설에 자신들의 광역자치단체에 소재해 있는 건설업체의 참여를 주장하는 등 나름대로 열정과 노력이 있어왔다. 여기에 처음 행정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충청권 유치에 발벗고 나서며 명운을 걸다시피 했던 대전, 충·남북의 광역 단체장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충청권 개발 동력의 상실
그럼 지금의 조용한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건설에 낙관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무관심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행정도시 건설은 암울하다 할 수있다. 이런 판단의 근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마당에 차기 정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인수위에서 정책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행정도시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것이 분명하다. 일부는 이미 편입지역에 대한 토지와 재물 보상이 끊나 행정도시는 어쩔 수 없이 건설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나 이는 착각일 수 있다. 여기에 이명박 당선인이 선거과정에서 계획대로 건설을 밝힌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고정불변은 아니다.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는 속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차기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최대 선거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모든 힘을 쏟을 태세이다. 다른 곳에는 재정이나 에너지를 투입할 여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한반도 운하 건설은 우리나라 초유의 토목공사에 수십조원이 투자되는 거대 사업이다. 이런 상황에 참여정부가 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차원에서 추진한 행정도시 건설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내가 계획하고 공약한 사업도 감당하기 힘든데 아무리 정책이 좋고 이미 첫 삽을 뜬 것이라도 전 정부가 추진한 사업을 계승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 당선인은 서울시장 등을 엮임한 것 등을 종합해 보면 모든 정책을 수도권 중심으로 결정할 가능성도 높다.
찬반신세 전락, 표류 가능성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의 업무보고 계획과정에서 나타났듯이 행정도시 건설청은 찬밥 신세로 전락한 인상이 짙다. 처음 업무보고 계획과정에서 제외됐다가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마지막날인 내일 끼워넣기식으로 포함시켰다. 더욱이 정부조직의 근간을 짜는 행정자치부의 인수위 업무보고가 지난 4일 실시 됐으나 행정도시 건설청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어 행정도시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조직표에도 독립청인 건설청이 아직 등재도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행정도시 관련법이 지난해 국회에 상정돼 있으나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4조원을 들여 토지 등 보상만 해놓고 건설이 되지 못하며 수십 년간 표류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앞 된다. 항간에는 행정도시가 결국 무산되거나 변형 개발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말까지 들리고 있다. 참으로 걱정되는 대목이다. 행정도시가 참여정부의 최대 실패작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충청권의 자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