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무차별 공급한 달러화가 전 세계에 넘쳐나는 가운데 한국의 수출이 덩달아 호조를 보이면서 금융과 실물 양쪽에서 달러화가 봇물 터진 듯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환율이 이번 달에는 달러당 1,000원 선을 위협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환율의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외환당국의 개입도 환율 하락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달러화와 원화의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무역수지가 흑자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무역수지가 53억4천9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무역 흑자는 수출의 대가로 받은 달러화가 수입의 대가로 치른 달러화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환율이 이번 달에는 달러당 1,000원 선을 위협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5원 내린 1,02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조신희


이로써 한국의 무역수지는 2012년 2월 이후 28개월 연속 흑자 기록을 세우게 됐다.

무역 흑자로 국내에 초과 공급된 달러화를 수출업체들이 원화로 바꾸려고 외환시장에서 팔아치우면 달러화 공급과 원화 수요가 늘어난다. 원화 가치는 높아지고, 환율은 하락한다.

주로 월말에 집중되는 수출업체들의 이런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은 최근 월말에 다 소화되지 못하고 월초로 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네고 물량이 급증해 환율 하락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이유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월말에 소화되지 못한 이월 네고 물량이 연휴와 맞물려 달러화 공급 우위가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30일 당국의 저지선인 달러당 1,020원 선을 장 초반에 맥없이 내어준 환율이 이번 주에는 1,020원 선을 거침없이 하향 돌파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조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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