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을 수식해온 '국민검사', '안짱', '최고의 중수부장', '청백리' 등 화려한 타이틀도 검증대에 서자 한낱 화롯가의 눈송이처럼 사라졌다.강골검사로 이름을 날리고 대법관까지 지낸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공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총리 지명을 받은지 6일만에 자진사퇴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관료사회 개혁 및 정부조직 개편, 인적쇄신 작업은 시작과 동시에 차질을 빚게 됐다.

청와대는 인재 발탁 시스템과 인사검증 능력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총리교체에 이어 2기 내각을 출범시키고 동시에 청와대 참모진을 물갈이 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되살리고자 했던 박 대통령의 승부수는 빛을 잃었다.안대희의 낙마는 여당은 물론 일부 야권 인사들로부터도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깊이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잘 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상황이 도무지 풀리지 않아 보는 이가 안쓰러울 정도라는 것이다.

검증 책임이 있는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안 후보자를 원망하는 이도 많다. 사퇴의 변에서 밝힌대로 전관예우에 대해 꺼리낄 게 없다면 야당이 물고늘어지더라도 청문회까지는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링에 오른 선수가 많이 맞았다고 경기자체를 포기한 건 너무 맷집이 약하기 때문이다. 국가개조라는 큰 일을 수행할 의지가 강했다면, 사과하고 일로써 심판을 받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의 사퇴는 고고한 선비가 시정잡배들과의 이전투구 현장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 자리에 오르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덕분에 그를 지명한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항간에선 업무 수행능력을 검증하기보다는 결함을 찾아내 망신주기에 치중하는 현행 국회 청문회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목표의식과 개혁의지의 부족, 특히 권력에의 의지 부족이 더 문제 두드러져 보인다.

안대희라는 인물이 살아온 전체적인 경력은 개혁총리, 책임총리를 감당할만한 인물이었지만 변호사 개업 이후 단 5개월의 삶이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대통령은 다시 수첩을 뒤적여 새 인물을 찾아낼 것이다. 시각을 넓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숨어 있던 개혁의지가 강하고, 패기있고,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국민 모두가 감탄하는 인물을 발견해 내기를 바란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전관예우 병역기피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같은 '고전적'인 문제들에 시달리지 않게 해줘야 한다.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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