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나라 국민연금법 처리 '직거래'에 씁쓸

4월 임시국회의 '뜨거운 감자'인 국민연금법 처리를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우리당을 제쳐놓은 채 '직거래'를 한 데 대해 열린우리당에서는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못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23일 회동에서 4월 국회 내 국민연금법 처리 원칙에 합의한 데 이어 정부가 기초 노령연금법 거부권행사 방침을 철회함으로써 정부와 원내 제 1당간의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이날 만남은 우리당에 사전 통보되지 않은 채 이뤄져 노무 대통령 탈당 이후에도 '정신적 여당'을 자임해온 우리당 일각에서는 "뒤통수 맞았다"는 당혹감이 감지됐다.

우리당은 겉으로는 "정부로서 당연히 원내 제1당과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내심 제 2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근까지 정책결정의 카운터파트였던 정부에 대한 서운함도 엿보인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총리 쪽에서 사전에 전화를 걸어왔으나 화성 지원 유세 현장에 있느라 받지 못했던 것 같다"며 "우리당 스스로 분열해 여당으로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입법 협조를 구한 차원 아니겠느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최근까지도 여당의 위치에 있던 우리당으로서는 매우 생소한 장면인 것만은 사실"이라며 "총리가 사전에 우리당에도 양해를 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복지위 소속 의원은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법안은 정부가 아닌 국회가 통과시키는 것인 만큼각 당의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며 정부측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사학법 처리와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개헌문제 처리 이후 한나라당과의 담판을 통해 4월 임시국회회기내에 처리하는 쪽으로 중재를 시도했었다는 소문까지 등장하면서 우리당 일부에서는 "들러리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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