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다음달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하 혹성탈출2)은 저절로 화면 속 털에 눈이 가는 작품이다.

빗물에 흠뻑 젖은 털,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털, 습기를 머금었지만 완전히 젖지 않은 털, 먼지가 내려앉은 마른 털 등 화면 속 유인원들의 실감 나는 터럭들은 2D 화면으로 보아도 놀랍다.

27일 '혹성탈출2' 쇼케이스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임창의 웨타 디지털(WETA Digital) 선임 조명감독은 "'아바타'와 '혹성탈출2'에 활용된 기술력은 솔직히 말하면 마티즈와 그랜저 차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세계 최고의 특수효과 디자인 기업인 웨타 디지털에서 일하면서 2009년 영화 '아바타'의 리드 조명기술감독을 맡았다.

임 감독은 "'아바타' 이후 지난 5년간 웨타는 기술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한데다 '아바타'가 외계 행성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동화적 리얼리티를 꾀했다면 '혹성탈출2'는 다큐적인 리얼리티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서 웨타가 선보인 기술력의 핵심은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의 전면 활용이다.

기존의 '모션 캡처'는 통제된 실내 세트에서 배우의 연기를 캡처하고 이를 CG로 유인원으로 탈바꿈시킨 다음 해당 장면에 합성해 집어넣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는 유인원으로 분한 라이브 퍼포먼스 액터(배우)가 열대우림 같은 실제 촬영 현장에서 나머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 다음 이를 CG로 바꾼다.


임 감독은 "블루스크린을 두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감정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라도 감정 표현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는 배우들이 실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함께 방한한 최종진 웨타 디지털 선임 조명감독은 "세트가 아닌 야외에서 촬영하면 변수가 많다. 더 많은 카메라와 인력과 시간이 투자되고 후반 작업도 손이 많이 간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블루스크린으로 도배된 스튜디오를 떠나 이번 영화의 85% 이상을 실제 야외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또 3D 카메라로 촬영한 네이티브 3D 방식으로 그 효과를 키웠다.

맷 리브스 감독은 이를 두고 "전작보다 비약적인 발전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임 감독은 2009년 아바타를 작업하고 싶은 욕심에 웨타에 입사했으며 두 작품 외에도 영화 '어벤저스'와 '아이언맨3' 등에 조명기술 감독으로 참여했다. 최 감독은 미국에서 광고 일 등을 하다가 2010년 웨타에 발을 들여놓았다.

'혹성탈출2'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쓴 후 10년이 지난 뒤를 비춘다.

급속도로 진화한 유인원들은 그들만의 공고한 사회를 만든 데 반해 살아남은 인간들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10년 만에 해후한 두 종족은 공존을 고민하지만 결국 생존을 건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다음달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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