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부국장

충북도의회가 어렵사리 원구성을 마쳤다 예상대로 새누리당이 의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9자리의 의회직을 독식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한편에서는 새누리당을 욕하는 소리가 많다. 수적우위를 점한 다수당으로서 '통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아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청주시의회가 여야의 절묘한 협상끝에 원만한 원구성을 이끌어낸 것과 비교할때 솔직히 정치적 부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그까짓 상임위원장이 뭐길래 2자리 주면 될 것을 이렇게 파행을 가져왔느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론은 의회권력의 독식으로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는 동정론과 현실론이 교차하는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대로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차지한데 대한 산술적이고 기계적인 형평성 요구는 나름대로 논리적인 명분을 갖고 있는 만큼 소수당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수용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동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냉엄한 현실정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연합입장에서는 불편한 얘기일 수 있지만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이라는 현실정치의 준엄한 잣대에서 본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4년 전 9대 도의회에서 그들도 지금 새누리당과 똑같은 지위를 누리지 않았던가.

아무튼 출발은 삐걱거렸지만 그럴수록 여야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비록 싸움을 하더라도 원내에서 해야 한다. 보기싫고 밉다고 해서 회피하고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한 의회민주주의 모습이 아니다. 싸운다는 것은 만난다는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만나기조차 하지 않는다면 싸울 수도 없다. 싸우다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는 법이다. 싸우다 정든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또 하나 주문하고 싶은 것은 여야의 협상 채널이 좀더 유연해지길 바란다.

이번 여야의 협상과정에서도 당사자들은 협상을 한다고 했지만 양쪽 모두 마지노선을 구축하고 더 이상의 양보를 하지 않는 벼랑끝 승부수를 던졌다. 일이 꼬일수록 단계별 전략을 마련해 협상에 응하는 정치적 기교를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의회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면 도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리를 제대로 수행하는 도의회의 참모습을 여야가 보여주길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김정호 부국장

/김정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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