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의원과 악수하는 박근혜 대통령


[충청일보]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최대 이변은 '김무성 체제 출범'이라는 선거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를 뒤집지 못한 '박근혜 효과'의 약화를 꼽는 이들이 더 많았다.

'친박(친박근혜)' 주류의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은 2위로 쳐졌고, 또 다른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5위를 차지했지만 여성몫 최고위원인 김을동 의원에 밀려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당 안팎에선 '박근혜 효과'가 제대로 안 먹혔다는 말이 모든 표 분석을 제치고 나왔다. 현직 대통령이 집권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통해 측근인 서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의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박희태 대표 선출 때 모습을 드러낸 후 6년만일 정도로 흔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당심'에서만큼은 져본 경험이 없다.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 대통령은 친이(친이명박)계인 이재오 의원이 연설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장 안을 오갔다. 이 행동이 '이재오 비토'로 읽혀졌고, 결국 강재섭 대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전당대회 막판까지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전언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친박주류인 서 의원이 '원박(원조 친박)'을 자임하면서도 주류와는 줄곧 거리를 둬온 김 의원과 격차를 마지막까지 좁히지 못하자, '박심'이 움직일 것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전당대회 직전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이번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심' 마케팅은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주류 진영에선 서 의원이 김 의원을 바싹 따라잡았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흘렸다.

대구 의원들이 서 의원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같은 외견상 막판 쏠림현상에 힘을 보탰다.

박 대통령이 행사장을 찾으면서 '박심' 효과에 대한 기대는 정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고 현장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김 의원이 총 5만2천706표를 얻어 3만8천293표를 얻은 서 의원을 1만4천표 넘게 앞선 것이다. 1만4천157표를 얻은 홍문종 의원은 5등에 턱걸이했지만 김을동 의원에 밀려 아예 지도부 문턱을 넘지도 못했다.

더구나 이른바 '민심'을 반영한다는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김 의원은 전체의 24.60%, 서 의원은 18.37%를 차지했다. 6.23%포인트 차이, 표수로는 3천여표차다.

나머지 1만2천표차가 결국 책임당원과 대의원 등이 주를 이룬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에서 벌어진 것이다. '당심'에서 밀렸다는 말이다.

실제 지역별로도 김 의원은 대구와 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에서 서 의원을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만은 '박심'이 효과를 거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전체적으로도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이기는 했지만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결국 박근혜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마지막에 박 대통령이 서 의원을 밀고 있다는 신호는 명확하게 전달됐지만, 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투표에는 선거인단 20만3천632명 중 6만4천636명이 투표했고, 투표율은 31.76%였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