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김미혜ㆍ충북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김미혜ㆍ충북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새해가 시작될 무렵이면 한 번쯤은 새벽 일출을 보고 싶어 한다. 수평선 건너에서 빼꼼이 머리를 들이미는 그 감동을 짜릿하게 맛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bc 15세기부터 bc5세기 정도 까지는 서쪽에 있는 민족들이 동으로 동으로 이동을 했던 시기이다. 일설에 의하면 청동기나 철기 기술을 바탕으로 동쪽 민족에 비해 군사능력이 우월하였기 때문에 동쪽으로 민족이동이 이루어진 때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왜 하필 그 많은 곳을 두고 굳이 동쪽으로만 고집을 했을까? 남쪽도 있고 북쪽도 있었으련만...

아마도 그들에겐 태양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빛과 따스함을 주는 태양이야 말로 그들에겐 동쪽정벌을 고집할 수 밖에 없는 생명에너지가 아니였을까? 어릴적 무지개만을 향해서 무작정 뛰어가던 그 모습처럼 말이다.

bc13세기부터 bc7세기 경까지 메소포타미아 중부에서 지중해의 동해안에 걸쳐 '앗시리아'라는 고대 최대의 오리엔트 제국이 번영했다. 이 대제국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빛'과 '일출'을 뜻하는 '아스' 라는 언어와 '어둠과 일몰'을 뜻하는'에레브' 라는 반의어가 있었다. 앗시리아는 바로 이 아스에서 비롯된 지명으로 '해뜨는 나라'를 의미하게 되며, 아스의 강렬한 전파력은 앗시리아의 지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빛과 일출의 근원적인 방향인 동쪽을 의미하게 된다. 아스라는 말이 그리스어에 들어오자 에게 해 동쪽의 이오니아 식민도시는 그리스 본토에서 봤을 때 동쪽에 위치한다.

아시아란 동쪽을 뜻하는 아스(assu)라는 말에 지명을 뜻하는 접미어 ~ia 가 결합하여 '동쪽지방, 새벽이 시작되는 땅, 해가뜨는 곳' 이란 의미있는 지역이 되었다.

동쪽으로 전해진 아스라는 말은 돌고 돌아 극동까지 도달했고, 실제로 아스가 우리나라 말인 '아침'이라는 말이나 가까운 일본어에서 아침을 뜻하는 '아사(朝)'라는 말로 변했다는 설이 일부에서 굉장히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을 정도이다.

조금 전 고대 오리엔트를 통일했던 앗시리아 제국에 아스(빛, 일출)에 대한 반의어로 에레브(ereb, 어둠, 일몰)라는 말이 있었다고 하였다. 이 단어는 해가 진다는 의미로 후에 영어의 europe, 독일어의 europa, 불어의 europe 등의 어원이 되었다. 따라서 유럽은 해가지는 쪽을 의미한다.

인류사나 세계사에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든 아니면 필자와 같은 문외한이든 해가 뜨고 지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게 되는지는 잘 알고 있다.

2008년의 새해가 뜬 지 여러 날이 흘렀다. 올 해는 새로운 것들이 많이 시작되는 한 해이기도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하고 이웃 나라에선 올림픽이 개최되기도 하고 작게는 내 개인적으로 불혹에 입문하는 한 해 이기도하다. 해가 뜨는 쪽에서, 어쩜 새해의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아시아의 가장 동쪽에서 2008년을 맞이 하면서 다짐했던 모든 일들이 12월의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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