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밟기

- 박태준

길고긴 겨울
혹독한 시련의 시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서러운 꿈 키워
가난한 영혼의 주린배를 채우다.

잘라도 잘라도 다시 키워
아낌 없이 주던 넉넉한 마음
그 넘기 힘든 주림의 세월
채워도 채워도 끝없던 허기를
온몸으로 버텨
아픔으로 채워주던 눈부신 푸르름

다사로운 마음밭 한자리
봄햇살 속
너를 밟는다.
질곡의 세월을 밟고
세월의 어둠을 밟고
어둠 속에 도사린 절망을 밟는다.

밟아도 밟아도 일어서는
생명의 시퍼런 칼날
잘라도 잘라도 움트는
온몸의 아픔으로
저 어둠을 잘라라.
주림의 세월을 채워라.


잠시 숨고르던 겨울을 보내고
가슴 치밀어 오르는 화염으로
더 낮은 곳
더 넓은 세상
더 아픈이의 가슴을 안고
다시 올 봄을 노래하라.
새 생명을 노래하라.

이제 한 알의 알곡으로
이땅의 생명이 되어라
한 그릇 넉넉한 밥사발이 되어라.
아!
너 다시 보는 忠靑아


<시인 약력>
▲ 본지 86년 신춘 문예 유민의 노래 당선 시인
▲ 이천 정일 기숙학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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