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무자년의 화두는 예술경영과 창조경영이다. 예술인들에게 듣기 좋은 수식어가 아니라 세상을 사는 모든 인간의 숙제이자 문화코드인 것이다. 기업에서는 예술경영을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고, 학교에서는 창조학습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사회 곳곳이 온통 예술과 감성, 그리고 창조적 결과물을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예술을 즐기는 세상, 예술이 삶의 일부가 되고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통해 세계로 미래로 달려가는 신르네상스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의 ceo는 예술과 창의력을 몸소 실천하고 실전에 접목시키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즐긴다. 펩시 인드라 누이와 버진의 리처드 브랜슨은 수준급 기타리스트이며, 빌 게이츠는 4500여점에 달하는 미술작품과 역사적 유물을 수집해왔다.

창조경영의 대가 루트번스타인은 "기업의 성패는 조직원들의 창조성과 무한한 상상력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등 인류의 역사를 바꾼 이들의 공통점은 '생각의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는 사실이고, 글로벌 ceo 역시 창조경영을 기업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술이야말로 창조적 사고의 가장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모든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천재직원을 키워야 할 것이고, 천재직원은 학력과 지식의 우월성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감성의 결과물인 것이다. ceo는 상품 개발에서부터 소비자 관리, 고객 감동, 판매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혁신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인재를 원한다.

이같은 현상은 공공기관과 각급학교까지 확장되고 있다. 자치단체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지 오래됐다. 다양한 혁신프로그램을 만들고 정책 창안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분야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그리고 이같은 결과물을 인사평가와 성과급제에 반영하고 있다. 각급학교는 단답식 교육에서 통합형 교육, 감성형 교육으로 재편하고 있다. 학교 성적 1등이 사회에서 1등이 될 것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미술, 음악, 체육, 과학, 기능 등 예체능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대접받고 있다. 춥고 배고픈 예술가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조직 시스템이 예술과 감성을 중시고 창조경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분야의 전문가들은 고민이 많다. 소비자들의 욕구와 의식이 어느때보다 강렬하기 때문이다. 미술가 사진가 공예인 디자이너 음악인 등 예술분야 종사자 모두가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템을 찾지 못하고 빼어난 재능을 보여주지 못하면 부지불식간에 2군으로 밀려날 판이다.

이와함께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기획자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예전보다 훨씬 기발하고 창의적이며 혁신이 동반된 새로운 프로그램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할수 있는 그 무엇, 다른 기획과는 차별화된 그 무엇을 무대위에 올려놓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는 뒷담화에 익숙해져 있는,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는 우리사회의 그릇된 습성이다.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 곳곳이, 모든 조직이 네거티브적이다.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성과를 내며, 창의적이고 감성이 넘치는 사람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무능과 무소신, 창의적이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고 반성할 일이지 앞선 사람 흠집 내는데 혈안이 돼 있는 조직은 희망이 없다.무자년 새해아침이다. 인생을 아름답게 설계하고 미래를 창조하는 주역이 되고 싶다면, 그리고 세계 일류를 꿈꾼다면 자신과 우리의 조직부터 변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하라. 창조인으로, 예술인으로 혁신할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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