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다나 산부인과 원장 이종철

약물은 태아손상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알려져 있어 대부분의 임신부들은 임신 기간 중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그러나 철분 제제, 빈혈제와 같이 임신 중 권하는 약물 이외에도 입덧이나 소화불량과 같은 가벼운 증상 때문에 혹은 고혈압, 갑상선 질환, 당뇨병등의 질환으로 인하여 임신 중에도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고령산모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약물 복용이 증가된다.

2000년도에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임신부는 임신 기간 중 평균 13.6 가지의 약을 복용한다고 한다.

실제 산부인과에는 임신 중 약물 복용으로 인하여 인공임신중절을 상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물로 인한 태아 손상은 전체 태아 손상의 2~3%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는 그 발생 빈도는 낮으므로 약물을 복용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인공임신중절을 할 이유는 없다.

또한 임신 중 약물복용이 태아에 손상을 준다고 하여 약물이 꼭 필요한 경우에 약물복용을 중단하면 오히려 임산부에게 위험한 상황이 초래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약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위험도 등에 대하여 상담을 받아야 한다.

임신 중 약물복용의 상담이 어려운 이유는 태아 손상을 일으키는지 알아보기 위한 직접적인 실험은 할 수 없기때문이며, 대부분의 약제들이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청에서 약물을 임신 중 사용할 때에 태아에 미치는 위험도의 정도에 따른 분류에서 class b나 c에 속하게 된다.

실제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약제의 2/3 는 class c에 해당되고 임신 중 안전하다고 하는 class a에 속하는 약제는 1%도 안 되며 class c에 속하는 약물들 중에는 기형유발이 보고 된 예들도 있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청 등급에 따르는 약물 분류가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현실과 다르게 구분되어져 있는 경우들도 많다.

예를 들어 이미 기형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 경구피임약의 경우도 class x로 구분되어 있어 상담에 혼선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태아기형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자궁수축, 혈관순환장애 등 임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수 있으므로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되는 약물들도 있다.

또한 시시각각으로 개발되는 새로운 약물들의 정보를 모두 다 파악하고 있기는 어려워 산부인과 의사들도 임산부의 약물 복용에 대하여 상담하기가 어려움을 호소한다.

임신 중 약물 복용에 따른 태아 기형의 영향에 있어서 기본 원칙의 하나로 약물의 투여시기를 들 수 있는데 수정 후 2주 사이에 문제가 되는 약물을 복용한 경우에는 유산이 되거나 유산이 되지 않으면 기형은 유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정 후 2주부터 8주까지는 주요 장기들이 생성되는 시기로 심한 구조적 기형유발이 가능한 시기이며 8주 이후에는 생성된 장기가 성장하고 기능이 완성되어 가는 시기로 기능과 관계된 기형이나 경한 기형이 발생된다.

이러한 원칙에 의하여 임산부들은 임신 1/3분기 즉 임신 16주까지는 태아기관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임산부 건강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질병이 아닌 경우는 약제의 투여를 임신 16주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만성적이며 임산부 건강에 심히 영향을 주는 질환의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통한 비교적 위험도가낮은 약제의 선택이 필요하다.

/다나 산부인과 원장 이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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