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칼럼] 본지 객원 논설위원ㆍ충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오영미ㆍ본지 객원 논설위원ㆍ충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미국 내에 전미총기협회(nra)라는 것이 있다. 이번의 버지니아 사건뿐만 아니라 총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표적의 화살이 되는 단체이다. 과거 할리우드의 명배우 찰톤 헤스턴이 회장을 맡고 있는 이 단체는 자유시민의 권리와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내세우며 총기 소유를 합법화시키는 데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만일 미국 사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총기사고가 그들의 총기소지법과 관련이 되었다면 이들 단체의 주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사유권을 내세워 공공의 희생을 조장하는 무모함이다.

잘못된 변증법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듯 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날 때는 학생들도 총기를 소지하게 해야 한다는, 어쩌면 어불성설의 주장도 집단 패닉 현상에 빠져 사회 전체가 정신병을 앓는 것보다는 나은 처방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들 단체가 사냥 문화를 애호하며 폭력으로써가 아닌 문화지킴이로써 총기술을 사랑하려던 그 애초의 의도에서 이미 벗어나 권력구조와 은밀히 결탁되어 집단권력화되고 있다는 사실 이다.

이번에 대한의사협회의 금품로비 의혹도 그렇다. 의사들의 이익을 여럿의 힘으로 주장해보자는 자구적인 의미의 친선단체가 아니었겠는가.

그들의 애초의 출발은 자유사회의 시민이라면 누구든 행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범법 유무는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 않아서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다.

무능한 부패집단 없어져야

어디 의사협회 뿐이었는가. 정의를 주장했던 민간 단체들, 그들의 목소리는 단체라는 힘이 실리면 곧잘 쓴 소리 바른 소리를 해댔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권력화를 지향할 때 그들은 빨리 사라져야 할 무능과 부패 집단으로 변질되지 않았던가.

하나의 순수가 다른 순수와 만나 집단이 되고 단체가 되면 그들의 순수는 왜 변질되어 부패된 알파를 형성하는가. 헤겔은 정과 반이 만나면 합을 이루고 합이 또 다른 반을 만나 새로운 합을 이룬다고 비전적 역사관을 제시했건만 우리 사회는 마치 헤겔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잘못된 변증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헤겔의 절대이론이 현실과 상위하다는 비판은 조금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단체'라는 속성이 원래 그런 것은 아니다.집단은 개인의 입장이 모여 이뤄진 가장 개인적인 것들의 총합체이다. 고질적인 님비(nimby) 환자가 아니라면 어느 개인이 사회와의 조화를 꾀하지 않겠는가.

단체 '인간 수요의 공동체'

이 세상 모든 단체들의 최소 단위인 개인은 언제나 순수 그 자체이며 그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의 이념도 조화와 순수를 지향하는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러나 단체의 역사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순물의 혼합체가 돼 버린다.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세상에 태어나 혼자의 힘으로 모든 일을 개척해야할 운명이라면 그는 지독한 피로 증후군에 연명하기가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인간의 수요의 다양성은 많은 상호 협조자들을 함께 모아서 공동체를 이루게 한다' 라고 플라톤이 지적한 것은 인간의 생래조건이 단체 규합과 밀접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단체는 개인의 수요를 반영하는 공동체일 뿐이다.

단체에 속한 우리 모두는 이런 면에서 면죄될 수 없다. 얼마나 잘못된 변증 루트를 타고 21세기를 지나고 있는지 우리 모두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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