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D-7 회동 이례적..정부개편 언급 주목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18일 청와대 회동은 시점과 내용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새 정부 출범을 고작 일주일 앞두고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만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인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에 대해서도 일부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이 향후 정국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회동은 지난 대선 직후인 12월 28일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취임식 전에 다시 만나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게 좋겠다"는 약속에 따라성사됐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실제 이 당선인측은 지난주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를 통해 '2차 회동'을 제안했고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해 이날 오전으로 약속을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이 당선인측은 이날 회동에 대해 "약 1시간 45분 동안 대단히 좋은 분위기에서 덕담을 나눴고 국정현안 전반에 대한 폭넓은 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은 회동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와 관련, 현정부 임기내 국회 처리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월 회동에서 이 문제에 대해 원론적으로 합의한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한미 fta 비준은 이미 두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회동의 주요 주제로 소개됐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공연하게 불거지고 있는 신.구 권력의 갈등양상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것.

앞서 지난주말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새 정부 국정워크숍'에서 과거 정권에 대해 "흔히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취지라는 지적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특히 최근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져 더욱 주목받았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특별히 구체적인대화는 없었으나 노 대통령이 물류 측면에서 보면 (해양수산부) 통합이 맞는 것 같다는 언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해양부 통합은 물류측면에서는 그런 입장이있을 수 있다고 공감한 것"이라면서도 "개편안 자체에 대한 찬성은 아니다"라는 전제를 달았다.

천 대변인이 "해양부 폐지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서긴 했으나 이날 대화 내용은 듣기에 따라서는 해양부 존치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통합민주당, 특히 손학규 대표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통합민주당이 청와대와 공공연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대화가 소개된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이 당선인이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아닌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을 배석토록 한 것과 관련, 주호영 대변인은 "현재 비서실장은 임 실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인수위 안팎에서는 "정권 인수.인계 차원이 아니라 이 당선인이 취임 전 해결해야 할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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