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찬씨, 35년째 수작업 톱 제작

'타탁탁 타탁탁' 작은 쇠망치로 톱날을 펴는 소리. '스르륵, 스르륵' 톱니 하나하나를 줄로 가는 소리. 청주 육거리시장 한켠에 허름한 점포 안에는 쇠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하다.
날이 닳아 약해졌던 톱은 날카롭게 변하며 이내 제 힘을 되찾는다. 그리곤 나무토막 하나를 보란듯이 단번에 베어 낸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서 왔다는 손님 장성열씨(75)는 만족스런운 표정을 지으며 가게를 나선다.

육거리 시장에서 '북일 톱집'을 운영하는 나중찬씨(71·사진)는 35년째 톱을 만들고 헌 톱의 날을 세워 새톱으로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나씨는 청주를 비롯해 청원·괴산·진천 등지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충북 청원군 내수읍 비중리에서 태어난 나씨는 톱 제작 기술을 배우기 전 시장에서 짐꾼일을 하며 힘든 생활을 했다.
배고픈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기술을 배워야 겠다고 생각한 나씨는 톱 만드는 기술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배웠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기술은 쉽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혼자 연마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실력이 생겼다고 한다.
나씨는 "톱을 만들거나 날을 세울 때 만져 보면서 하는 사람은 장님"이라며 "만져보지 않아도 날의 상태를 알 수 있어야 진정한 기술자"라고 못박았다.
고희가 넘은 나이에도 안과에 시력검사를 하러 가면 건강하니 그만 병원을 찾아와도 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시력이 좋다.
나씨는 부모님이 물려 주신 두 눈이 내 밥줄이 됐다고 힘줘 말한다. 쇠판을 하나하나 찍어 톱니을 만들고 이를 다시 일일이 날을 세우는 과정을 거쳐 직접 만든 나무 손잡이를 붙이면 하나의 톱이 완성된다.
기계톱과 제초기가 판매되면서 예전만큼 톱을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톱날 하나만은 자신있다는 나씨는 "요즘들어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장사가 잘 안된다"며 "서민들을 위해 재래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씨는 부인 권오순씨(64)와 사이에 2남1녀를 뒀다. 30여년동안 톱 만드는 일만 한 나씨는 "톱날에 내 반평생 혼을 담아왔으니 건강이 허락하는한 계속 하겠다"며 톱을 잡는다./정태희 기자 오도영 기자

<사진설명=청주 육거리 시장에서 북일 톱집 을 운영하는 나중찬씨가 톱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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