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칼럼>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은빛으로 반짝이는 실개천/ 이마를 맞대고 꿈을 꾸는 징검다리/ 파아란 하늘은 물 속에 안겨/ 흐르는 흰구름과 온종일을 벗하며 간다/ 풀벌레가 날아드는 풀섶에는/ 어느새 초저녁 반딧불이가 불침번 서고/ 별빛이 소복하게 계곡을 내려와서/ 밀어를 속삭이는 시간/ 이슬방울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은구슬을 꿰고 있다…' <김양규 시집 '실개천'중에서> 누구나 어린 시절 실개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

물고기를 잡으며 꿈을 키우고, 물안개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며, 석양을 바라보며 우정을 쌓고, 이름 모를 들꽃과 들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결에 소년은 시간마저 잊곤 했다.

이처럼 우리의 가슴속에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실개천이 도시브랜드로 자리 잡는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온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한복판에서부터 남도 끝자락까지 실개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청계천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탈바꿈 시킨데 이어 14개 하천에 맑은 물이 흐르는 친수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썩은 물과 쾌쾌한 냄새로 골치 덩어리였던 이들 하천을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자연학습장 등과 연계된 생태하천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전주시도 한옥마을에 인공하천을 조성중이며, 울산시는 태화강과 연계해 체험과 생태가 어우러진 실개천을 조성하고 있다.

청주시에서도 도심 한복판인 중앙로 일원에 실개천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시설과 연계 시키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삶과 문화, 하천과 생태, 쇼핑과 관광, 역사와 교육이 어우러진 청주의 명물이 탄생될 것이기에 벌써부터 흥분되고 기대가 크다. 이왕이면 생태와 도시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하는 사업과 연계시켰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경쟁력 있는 도시디자인을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해외 선진국에서는 도시 디자인을 통해 경쟁력 높은 문화도시로 탈바꿈 된 사례가 많다.

일본 요코하마는 아시아 최고의 디자인도시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37년전에 공무원, 전문가, 시민 등으로 디자인전담팀을 만들고 전통과 현대, 생태와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경관을 만들기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동경의 모리타워 주변은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에코뮤지엄이다. 크고 작은 연못과 토종 식물, 공공미술작품 등 발 닿는 곳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문화의 숨결로 가득하다. 환경도시로 알려진 후쿠오카는 숲이 우거진 빌딩을 만들고, 건물 내부에 호수를 조성하는 등 생태 우선의 도시개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오리엔탈 펄 타워', 영국 런던의 '런던 아이'는 조명 디자인을 통해 랜드마크한 사례가 될 것이며, 프랑스 리옹은 1989년부터 5년동안 시 예산의 1.5%를 야경 및 디자인 사업에 투자해 관광객이 무려 20% 증가했다.

좀 더 지혜와 열정을 모은다면, 실개천은 도시를 더욱 값지고 빛나게 할 것이다.

실개천과 생태의 조화, 공공미술과 디자인의 연계, 전통과 현대의 랑데부, 문화이벤트와 쇼핑이 함께하는 공간 등 혁신과 창조의 결실을 즐길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청주의 중앙로는 64만 시민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잇따른 도시개발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시민들의 꿈과 낭만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실개천 프로젝트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혜, 그리고 시민들의 열정이 모아진다면 새로운 명물로 탄생할 것이다.

청주의 심장이 힘차게 뛰는 소리를 들을수 있을 것이다. 실개천은 가슴 설레는 꿈과 추억, 풋풋한 우정과 사랑의 공간만이 아니다. 실개천은 나눔의 공간이자 소통의 광장이다. 다시, 실개천은 새로운 문명과 미래를 밝히는 등불로 우리곁에 와 있다. 어둡고 암울한 시대에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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