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김헌섭 사회부장

얼마 전 행정·교육기관, 경찰 등 충북도내 기관·단체들이 '법과 원칙이 바로선 지역 만들기'에 나섰다. 충북도와 도교육청, 충북지방경찰청, 시민단체를 비롯해 학계, 법조계, 경제계는 물론 노동·농민·여성계 등 민·관 공동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충북지역치안협의회'가 구성되고 법질서 확립을 함께 추진하는 '공동 선언문'이 채택됐다.

이 협의회는 법질서 확립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토론회 또는 불법·무질서 추방 대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협의회 산하에는 각 기관·단체의 실무 국·과장급으로 구성된 '지역치안 실무협의회'를 두고, 법질서 확립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니 성과가 기대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왜 이런 협의회까지 구성·운영돼야만 했을 까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영 가시질 않는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전국적으로 불법 집회로 인해 12조3000억원, 교통 혼잡으로 23조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기초·교통 질서 위반 행위나 생활 주변의 불법과 무질서, 불법 폭력 시위, 공권력 침해 행위 등 법 질서를 경시하는 풍조로 인해 각종 부작용이 초래되고, 결국은 국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사회에 '법질서 해이'가 만연돼 있는 게 사실이다. 가장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는 게 불법 주·정차 행위다.

단 한대의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차량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아 길게 늘어선 행렬을 쉽게 볼 수 있는 게 우리 도로의 현실이다.

뒤에서는 경적을 울리고 아우성을 치지만 그 차량 운전자가 차를 빼주는 것 이외에는 대책이 없다.

한시가 바쁜 출·퇴근 시간대에 누구나 경험했음 직한 상황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막대함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운전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자치단체마다 많은 혈세를 들여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그 것도 일부 '얌체족'들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카메라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으로 차량 번호판을 합판이나 골판지로 가리고, 뒷문에 번호판이 붙어있는 차량은 문을 위로 올려 놓고, 아예 비닐봉투로 번호판을 감싸 놓는 등 '순간만 넘기자'는 식의 얄팍한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그들은 과태료를 면하기 위해 '얕은 꾀'를 썼다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피해 보상은 누구의 몫인가. 공공을 위한 '질서 지키기'는 약속이다. 때문에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의무다.

아무 생각 없이 나 하나만이 약속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부작용은 어떤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손해를 입히는 등 당연히 누려야 할 주민들의 권익이 침해되고, 사회적인 피해도 적지 않다. 충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 같은 불법·무질서 행위가 지역 경제에 해가되는 데다 도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충북지역치안협의회가 발족된 것이다.

도내 각 시·군에도 지역협의체가 잇따라 구성됐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 만들기에 도민들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따라서 충북지역치안협의회가 절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돼선 안 된다. 법질서 확립이 일부, 특정 계층의 노력만으로는 분명 역부족이다.

개개인에게 다소의 불편이 뒤따르겠지만 공공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안녕이 유지되고, 국가 발전의 틀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인식해야 한다. 법질서 준수는 결국 나 자신과 우리 가족 위한 행위다.

질서 지키기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라야겠지만, 그에 앞서 '나부터 앞장선다'는 우리의 의식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

/김헌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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