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향이자 민주의 도시, 그리고 민주성지라고 부르는 광주.

제88회 전국체전. 프레스센터에서 연일 자원봉사 활동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고마운 오순심(39세) 씨. 그녀를 졸라 광주의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물론 충청권 독자들께 광주의 관광지와 먹거리, 특산품 등을 소개하겠다는 취지. "다른 생각은 안하셔야 하는 거 아시죠?"



[볼 거리]

▲광주 5.18 묘역
그녀는 싫은 내색않고 촌기자를 민주화의 성지 광주 5·18 묘역 곳곳으로 이끈다. 광주를 찾으면 제일먼저 와 봐야 하는 곳이라는 말도 잊지 않으면서. 왠지 숙연해 진다.

"이곳은 1980년 5월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다 순국하신 영령들을 모신곳으로 5월 항쟁의 정수라 할 수 있어요. 다시는 이땅에 그러한 불행이 없도록 깨우치는 준엄한 역사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내 생각이 짧았다. 반바지 차림에 선글라스에 그녀를 보기 민망하다. "에이 좀 더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는데…"

"이미 일은 저질러 놓고 멀 그리 얼굴을 붉히세요?" 에고 들켰다. 그녀는 내 속에 들어왔다 갔나보다. 휴~~~~~~

"여기가 5·18 추모관이예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민주 영령들을 추모하고 그뜻을 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건립됐어요. 공간 구성은 5·18의 실상과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했죠"

5·18 묘역을 둘러보는 내내 그녀를 쳐다볼 수가 없다. 왠 망신이란 말인가! '쿵' 넘어졌다. 아프다. 벌받았나보다. 뒤도 안돌아 보는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민주의 종이예요. 민주 인권 평화도시로 위상을 드높이고 시민들에게는 무한한 자긍심과 애향심을 심어주며 후손들에게는 자랑스럼(에고 오타다. 자랑스런이 맞는데) 문화유산으로 남게 하기 위해서 만들었데요. 이 정도면 5·18 묘역은 다 둘러보신거예요"

▲무등산 서석대
또 빨라진다. 다른 곳으로 가려나 보다. 그 와중에도 광주 자랑에 침이 마른다. 이동하는 데 좀 걸렸다. 헉 무등산이다. 설마 걸어서 올라가자는 건 아니겠지. 휴~~~~ 걸어가잔다.

"무등산은 남도인의 정신이 담긴 산으로 광주를 대표하는 상징물이예요. 봄이면 만개하는 연분홍 철쭉과 진달래, 여름이면 침엽수와 활엽수가 한데 어우러져 녹음이 무성해요. 가을에는 단풍과 산등성이의 억새, 겨울산의 설화는 무등산의 운치를 더해 주죠" 따발총에 총총걸음에 내가 졌다.

"다왔네요. 증심사예요. 무등산 자락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불교도량이죠. 통일신라시대 철감선사 도윤(498~868)이 세운 절로 오백전(유형문화재 제 13호)과 사성전 문화재가 보관돼 있어요. 빨리좀 걷죠?" 또 한소리다. 참내.

땀난다. 양쪽으로 녹음짙은 길을 한참 걷다보니 청옥동 4수원지(석곡수원지)를 건너는 다리 청암교가 보인다. "저기가 청풍쉼터맞죠? 방랑시인이 스쳐간…" 그녀의 한마디가 걸작이다. "아는 것도 있으시네요" 이런~

▲원효사 전경
"무등산에는 또 하나의 고찰이 있어요. 원효대사께서 창건하신 원효사죠. 무등산장을 올라 오른쪽 비탈길을 7~8분 정도 오르면되요. 그곳에는 백여점의 신라 유물이 출토됐어요.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다 못 둘러보지만 충장사에서 광주호 방향으로 1km쯤 내려가다보면 우측에 충효동 도요지도 있어요. 또 임진왜란때 팔도 의병대장이던 충장공 김덕령(1567~1596) 장군을 기리기 위한 사우 충장사도 있죠. 장군의 의복과 관을 보관하는 유물관을 비롯해 연못과 관리사무소 등이 조성돼 있어요"



[먹거리와 특산품]

새벽 6시부터 돌아다녔는데 이제서야 밥먹잔다. 휴~ 배고파서 죽을뻔 했다.

여기가 바로 내가 원하던 곳이다. 눈 돌아간다. 야호 신난다. "촐싹거리지좀 마세요" 꽈당~~ 순심 씨는 냉정하다.

▲송정떡갈비
"송정떡갈비 먹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요. 기자님 입에는 다 맛있겠지만…" 이런~ "순심 씨 계산은 각자해야 하는 거 아시죠?" 한방 먹였다.

"'그러죠'라고 할 줄 아셨죠?. 같이 다녀주면 댓가가 있어야죠. 기자님이 사세요. 떡갈비 거리가 들어선 것은 30여년 전이예요" 또 일장 연설 시작됐다.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에서…

"떡갈비 보세요. 인절미 떡처럼 네모지게 생겼죠? 술안주 겸 별미로 전국에 잘 알려진 우리 광주의 맛이예요. 서민들에게 사랑받죠. 갈비살에 여러 부위의 고깃살을 섞어 푸짐하게 다진 다음 마늘, 생강, 참기름 등으로 만든 갖은 양념을 발라 구워내죠"

하나도 귀에 안들어 온다. 정말 맛나다. 연설 계속했으면 좋겠다. "2인분 추가요" 순간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계산은 결국 내가 했다.

"광주에는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오리탕이 미식가들을 돌려세우죠. 현대백화점 옆 골목이 '오리탕 거리'로 유명해요. 광주 오리탕은 들깨가루와 신선한 미나리를 듬뿍 넣어 만들기 때문에 맛이 개운하고 담백한 게 특징이죠. 집오리나 청둥오리에 밤, 대추, 인삼, 녹각, 찹쌀 등을 넣어 만든 죽 한그릇이면 보양식으로 최고죠"

그녀는 말을 너무 잘한다. 또한번 느낀다. 똑똑하다. 혹시 가이드가 아닐런지. "혹시 순심 씨 가이드일 하세요?"

"전업주부거든요. 설명하는 데 말 시키지 마세요. 무등산 보리밥도 별미예요. 계절에 따라 바뀌는 채소 등의 신선한 나물에 얼큰한 고추장과 참기름을 떨어뜨려 싹싹 비벼먹는 보리밥은 입맛을 돋을 뿐만 아니라 소화도 잘 돼죠. 참 어머니 손맛 그대로인 광주김치, 눈으로 봐도 배부른 한정식, 이것들이 바로 광주에 맛이죠"

어! 기사 마감시간 다 돼 간다. "광주특산물 가운데 으뜸은 진다리붓이예요. 진다리는 백운동의 옛 지명으로 안종선 씨의 조부가 진다리에 정착해 붓을 만들면서부터 유명해 졌죠. 아참 무등산 수박도 끝내주는 데 옛날 임금님에게 진상되던 수박이예요. 이밖에 광주 특산품 1호로 1946년부터 의재 허백련 선생이 직접 재배해 즐겨 마시던 춘설차도 있어요" 돌아다니면서 보는 것도 힘들었는데 듣는 것은 더 힘들었다. 아니다 좋았다. "자 여기까지예요. 남자가 부실하긴. 운동좀 해요" 이럴줄 알았다. /광주=김성호기자 ksh3752@

<사진제공=광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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