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이재기 기자
정치의 계절에는 토사구팽(兎死拘烹)이란 말이 회자 된다. 필요할때는 이용했다가 쓸모 없으면 버린다는 것이다.우리 보통의 인간 관계로 보면 의리없고 몹쓸 행위이지만 정치판에서는 목적을 위해 이런 행위가 자주 나온다. 어떻게 보면 인류 정치사에 끊임없이 이뤄졌고 의미자체가 동양이나 서양 구분 없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토사구팽이란 말은 중국 '사기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명장 한신은 한의 고조 유방의 최측근으로 초 패왕 항우를 제압하고 중국 천하를 통일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항우를 죽인후 군권을 장악한 한신은 유방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황제를 능가할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유방은 고민끝에 그를 제거했다. 형장에서 한신은 '교활한 토끼가 죽으니 좋은 개는 삶아지고 높이 날던 새가 사라지니 좋은 활도 쓸모없게 되고 적국이 깨어지니 지략있는 신하도 죽는구나, 천하가 이미 정해졌으니 나도 진실로 당연히 살아져야 한다'고 나와 있다.
오는 4·9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은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여지없이 토사구팽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새삼 스러운 것은 아니다.
각 정당은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놓고 서로 입장에 따라 험악한 말을 써가며 비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원론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도 있으나 일부는 아전인수격의 행태도 많다. 본인에게 유리하면 옳고 자신에게 불리하면 잘못됐다고 비난을 일삼고 있다.
그중에는 객관적으로 볼때 억울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일부는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명한 국민들은 객관적이고 올바르게 판단할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지금이나 수백년전이나 정치상황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과학기술이나 삶의 여건, 주변 환경은 변했어도 사람의 본질적 행태나 자세는 별다르게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어떻게 보면 가장 고차원의 행위 인것 같지만 반대로 가장 저급하고 추하며 원시적인 모습이다. 이는 수백년 전의 왕권시대나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주말 공중파 방송에서는 사극 '세종대왕'이 방영되고 있다. 일부 드라마 특성상 과장되거나 흥미위주로 그려질 수 있으나 당시 정치의 흐름을 일부 느낄 수 있다.
지금 방영 내용은 조선 3대 태종의 시대로 세종대왕이 등극하는 과정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도일부 토사구팽 사례가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개국하는데 공을 세운 정도전은 그 아들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어 개혁가 조광조는 폭군 연산군에 이어 보위에 오른 중종을 적극적으로 도왔으나 결국 얼마안가 쫓겨 났다. 그 이후에도 500년 조선 역사에서 이런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다. 현대 정치사에 와서도 토사구팽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만드는데 앞장선 정치 거물들을 세대교체 명분으로 퇴출시켰다. 2003년 9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운 민주당과 지지자들을 버렸다.
소위 386세대 위주의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기 위해 민주당을 토사구팽시킨 것이다.
새로운 지향점과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다는 명분이었다. 오는 18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한나라과 야당인 통합민주당 등에서도 인물 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선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을 낙천하고 새로운 인물들을 후보로 공천하고 있다.여기에는 10년만에 정권을 다시 찾은 한나라당이 우선 관심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힘을 모은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당내 세력 차지를 위한 것인지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궁금하다.
/이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