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중추협' 제안… 우리당 긍정평가속 의도 경계

교착국면에 놓였던 범여권 통합논의가 아연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간 '소통'이 단절됐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나섰고,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소(小)통합' 협상 흐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물꼬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텄다. 그가 9일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일종의 '원탁회의'격인 '중도개혁세력통합추진협의회' 구성을 제안하고 나서면서 침잠해있던 통합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박 대표의 이 제안은 원내그룹을 주축으로 한 당 내부의 통합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통합논의의 주도권을 민주당 중심으로 가져가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안의 최대 포인트는 열린우리당과의 대화를 '복원'하겠다는 메시지를 표명한 점이다.

민주당 중심의 자강론을 견지해온 박 대표가 "열린우리당내 책임있는 인사들과 열린우리당 내외의 중도개혁세력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

그간 '당 대 당 논의 불가'에 방점을 찍으며 우리당과의 대화를 사실상 외면해온 기존 입장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으로, 민주당이 우리당을 '협상의 실체'로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범여권의 실질적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양대 정파가 본격적인 정치협상을 시작하는 셈이다.

특히 직접적 면담 자체를 꺼려온 우리당 정세균 의장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적극 표명한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현재의 우리당 지도부는 국정실패에 책임있는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청산인"이라고 평했고, 최인기 정책위의장도 "정 의장은 중도개혁실용주의에 철저한 분"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구상하는 통합론의 핵심은 제정파의 대표자간 '정치적 합의'를 통한 통합신당 추진이다. 신당추진 방식은 우리당의 중도개혁세력이 외부로 나온 이후 민주당과 합당하는 신설합당 또는 흡수합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당은 민주당과의 대화 자체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박 대표가 전제조건을 내건데 대해 다소간의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서혜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여전히 민주당 중심의 자기중심적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여러 전제조건을 달아 만나자는 것도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민주당 분당때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를 낚아챈 폭행사건을 포함해 회의를 불가능하게 했던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며 "폭행사태를 사주했던 당시 지도부들이 사과해야 하며, 박상천 대표도 그 중심에 있었다"고 지적하고 "사과하면 당시 분당에 대해 화합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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