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종천 정치부장
충북의 남부3군이라 불리는 보은·옥천·영동 선거구에는 '이용희 의원'(76)이 있다.
그는 1960년 당시 29세의 젊은 나이로 5대 민의원에 출마하는 것으로 정계에 발을 디딘 후,지금까지 11번 총선에 나서 4번 당선되는 불굴의 의지 소유자로 불린다.
더욱이 그는 '민주화' 이전 군부독재 정부와 여당의 혹독한 탄압이 있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야당에만 몸담는 '신념과 의리'로 지역과 정통 야당계에서 존중을 받아왔다.
그의 지난 47년간 정치 역정이 민주당-평민당-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현) 등으로 이어지는 '춥고 배고프고 진보적'인 '야당'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진보적인 노무현 정부를 뒷받침한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었고,그 댓가로 생애 처음으로 국회부의장이란 고위 명예직에까지 올랐다.
그래서 그가 사석에서 여러차례 "(국회부의장인)내가 국가 권력서열 6위다.그래서 내 자동차번호도 0006번이다"라고 자랑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사실 극우였다"
이런 그가 뇌물수수 등의 전력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통합민주당 공천대상에서 배제되자 탈당을 감행했다.
여기까지는 국회 진출에 목숨을 거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으로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당과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이 의원이 이제 나이도 있고, 그 동안 할 만큼 했고, 한나라당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고참 현역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시대적 상황이니만큼 이 의원도 당과 후진들을 위해 용퇴하는 게 아름다웠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난 17일 이 의원이 자유선진당을 입당하는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는 나는 극우·진짜 보수다" "그간 속해 있던 당 때문에 진보세력으로 몰려 사실 서운했다"라며 자신의 오랜 정체성을 일거에 부정해 버렸다.
게다가 "(통합민주당은) 한나라당의 3중대다"라며 자신이 평생 몸담아 왔고, 자신을 국회부의장까지 키워준 당에게 마저 엄청난 '모욕'을 안겨줬다.
이 말대로라면 지난 50여년 동안 이 의원은 국민과 정치 선배들과 지역 유권자들을 속여온 셈이다.
그가 진짜 '야당' 사람이고, 진보적인 사람인 줄 알고 수십년 동안 일구월심 표를 찍어줬던 유권자들도 그에게는 '그저 항상 내가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1표'에 불과했던 것이다.
우리가 바둑돌이냐?
사실 이 의원은 이런 발언이 있기 얼마 전 당원 단합대회 때마다 지역 주민들을 모아놓고 "여러분이 언제 당을 보고 (표를)찍었느냐? 나를 보고 찍었지. 나는 보은·옥천 ·영동 당(黨)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이는 자신이 속했던 당을 시궁창에 던지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한 개인으로도 지역구에서 자신있다는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얼마전 이 의원의 고향이자 텃밭인 옥천의 한 주민이 "우리가 무슨 바둑돌인 줄 아느냐? 이용희가 이리 놓으면 이리 가고, 저리 놓으면 저리 가게!"라고 반발했다는 소식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더구나 요즘 이 의원은 "내가 고향을 위해 마지막 봉사할 기회를 달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저 말은 벌써 서너번째 듣고 있다"고 힐난한단다.
실제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 당선 인터뷰 기사(연합뉴스)를 찾아보니 이 의원은 "고향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를 준 유권자에게 고마울 뿐이다" " 40여년의 정치인생을 마무리 짓는 의미에서 의장단에 진출해 보다 큰 정치를 펴겠다"라고 소감을 밝혔었다.
박종천 정치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