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5월 11일

한나라당이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어제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각자 제 갈 길로 가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는 "(강 대표의 중재안대로) 가면 원칙도 없고, 경선도 없다"고 했다. 탈당은 않더라도 중재안대로 치르는 경선에는 불참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전 시장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경선준비에 돌입했다. 따라서 둘이 경선 룰에 극적인 타협을 이뤄내지 못 한다면 중재안을 다룰 15일의 상임전국위원회가 한나라당 분당의 1차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분당을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면 갈라설 수 있다.

문제는 둘 사이의 대립이 그런 대승적 차원이 아니라는 데 있다. 둘에게는 경선 룰이 정치 생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는 '대권욕에 사로잡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분당의 명분이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당당하게 경선을 치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승복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마치 대통령은 따 논 당상이나 되는 것처럼 오만하게 굴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경선 룰을 확정하려고 벌써 몇 달 째 싸움질만 하고 있다.

그리고도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보통 착각이 아니다.

둘은 지난 '4·25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흐름을 벌써 잊었는가. 둘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70%에 이른다고 하지만 여론은 언제든 변한다.

국민들은 나라를 이끌 능력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지 고작 경선 룰을 두고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는 소인배를 원하는 게 아니다. 둘은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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