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동민 경제부장
요즈음 이른 아침에 초등학교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쉽게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 자녀를 등교시키기 위해 줄을 서서 등교하는 장면을 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린 초등학교 여학생을 무참히 짓밟는 장면이 cctv와 방송매체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고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또 다른 학생은 지하주차장에서 '몰매'를 맞았다는 뉴스가 우리들의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오죽하면 '혜진·예슬법' 제정이 추진되고 수건으로 가려진 피의자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고 파렴치범의 얼굴과 신상을 전국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침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귀가하는 오후에도 전국은 지금 아수라장이다. 청주에서도 지난 3일 대낮에 초등학생을 납치하려 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3시 20분께 청주의 모 학원 인근 지하주차장에서 2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학원에서 나온 a(8·초등 2년)양을 주차장 쪽으로 20m 가량 끌고 가다 a양이 강하게 저항하자 그대로 달아났고 20대 가량의 남성은 끌려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던 a양의 얼굴과 머리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뉴스를 접한 청주·청원지역 부모들은 또다시 경악했다.
수도권에서 벌어진 사건을 접할때도 적어도 우리지역에서는 그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처럼 어린 자녀를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할 수 있는 원격 무선조정기가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다.
자녀들이 학원이 들어가고 나올 때 전자감식기에 체크하면 곧장 부모들의 휴대폰으로 연결되는 시스템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자녀의 등·하교길을 관리해 주기 힘든 '맞벌이 부부'들은 직장 곳곳에서 학원으로 전화를 걸어 자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하고 있는 게 다반사다. 오전 8시에 학교에 간 초등학교 1~2학년생이 오후 12시 30분쯤 학교 수업을 마치면 1시까지 미술·음악학원에 가고 2시 30분 태권도 도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으며 4시 30분쯤 또다른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부모중 1명이 퇴근하는 오후 6시 30분쯤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어린 자녀가 안쓰러워 주머니에 찔러준 1000원짜리 지폐로 학교 주변에서 100원, 200원 하는 불량식품을 파는 문구점 등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황폐화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로 전락한 것일까.
제18대 국회의원을 뽑는 4·9 총선이 불과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한쪽에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과반의석을 달라고 하고 또다른 쪽에서는 '개헌 저지' 등을 위해 100석만 만들어 달라고 통 사정을 하고 있다.
17대, 16대, 아니 10~17대까지 모든 국회의원 선거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안정론'과 '견제론'이 그들의 논리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상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과반의석을 만들어 준 사례도 있었고 '개헌 저지'를 위해 100석을 만들어준 사례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당리당략에 따른 '당파싸움'과 '권력다툼'에 몰두할게 뻔하다. '맞벌이 부부'들이 마음 놓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 1000만 원에 달하는 대학등록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구축 등. 국민들이 원하고 희망하는 정치를 그들은 늘 외면하고 있다.
선거때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들.
그들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인가,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국회의원인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 김동민 경제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