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박광호 ㆍ 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박광호 ㆍ 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돈의 위력은 모든 걸 변하게 한다.

사람의 마음은 물론이고 세상사 모든 게 돈에 의해 그 가는 방향이 정해진 것처럼 움직인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지역 대학가를 가보면 외국인 유학생이 부쩍 많아졌다.

최근 7년동안 34배나 늘은 대학도 있다. 아직은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계가 대부분이지만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외국인 유학생 증가 明暗

이렇게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난 이면을 보면 이 역시 돈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로 관리된다.

대학 측에서는 많은 유학생을 유치해도 정원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제약을 받지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학교 재정이 쏠쏠해진다.

물론 외국인 학생들이 늘면서 우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외국 문물을 접할 수 있고, 취직에 필수적인 외국어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잇점도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학교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건 표면적인 이유인 것 같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학생 수용능력은 한정돼 있는데 외국인 유학생을 오는대로 받다보니 교육 여건이 열악해졌다는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10명이 강의를 받으면 딱 좋을 과목에 50명, 100명이 한데 어울려 수업을 받다보니 질(質)좋은 강의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외국인 유학생은 성적 평가를 절대평가로 매긴다.

국내 학생들은 정해진 비율에 따라 평가되는 상대평가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보다 잘한 사람이 있으면 그 다음 순위로 밀리는데 반해 외국인 유학생은 그렇지 않다.극단적으로 모두 최우수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교수들도 힘들어 한다. 수강생들이 많다보니 정해진 시간만으로는 강의를 채울 수 없다. 그래서 정규시간 전에 수업을 하는 '0교시'를 해야되지 않느냐는 자탄의 소리까지 들린다. 고등학교에나 있는 0교시가 대학에서까지 고개를 내민 것이다.

교수들이 가진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은 자신들의 불편을 토로했다. c대학교 교수회가 이 학교 학생 1211명을 대상으로 '외국인 유학생 증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를 가졌다.

결과는 △매우 부정적 225명(18.6%) △부정적 409명(33.9%) △관심없다 304명(25.1%)으로 응답, 52%가 넘는 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바람직스럽게 생각치 않았다. 긍정적, 또는 매우 긍정적이라는 반응은 22%가 조금 넘었다.

수용 여건 키우는게 우선

외국인 유학생 증가로 일어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랬더니 △같이 수강함으로 인해 강의 수준이 떨어진다 283명(23.8%) △강의 규모가 늘어난다 139명(11.7%) △문화적 이질감으로 수업 분위기가 나빠진다 184명(15.5%) 으로 응답됐다.

동전의 앞뒷면 같이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외국인 유학생 증가 역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늘면 우리나라가 그만큼 외국에 알려지고, 대학은 대학대로 학교 이미지 상승과 함께 재정까지 좋아진다. 그들이 배운 것을 자기 나라에 가서 활용하면 국력 신장이다. 또 다른 한류(韓流)인 셈이다.

반면 국내 학생들은 편치않다. 강의실이 꽉 차고 문화적 이질감도 떨쳐내야 하는데 외국인 유학생이 손님이니 주인인 우리 학생들이 손수 나서야 한다.

그러다보면 외국인 유학생을 둘러 싼 해법은 명확해진다. 학교 측이 수용 여건을 갖춘 뒤 받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예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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