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권오영씨 "돈 없어 학업 중단 안돼" 부친 유지

충북 단양의 한 60대가 선친 장례식을 치르면서 조문객들로부터 받은 부의금을 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된 장학재단에 기탁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민주평통 단양군협의회장인 권오영(69·사진)씨는 지난달 26일 재단법인 단양장학회 사무실을 찾아가 지역의 인재 육성에 써달라면서 2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장학금은 권씨가 지난달 7일 노환으로 돌아가신 부친(93)의 장례를 치르면서 조문객들로부터 받은 부의금 중 장례비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이었다.
권씨는 "아버지께서 생전에 인재 육성을 누차 말씀하셔서 적은 돈이지만 장학금으로 기탁하게 됐다"며 "대단한 일도 아닌데 알려져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또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며 학생들이 경제적 사정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누차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권씨의 부친(권수정)은 지난 1970년 단성면 중방리에 있는 본인 소유의 밭에 6칸 규모로 양성중학관을 짓고 지역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줬다는 것.
이 학교가 설립된 뒤 부친은 지역에서 학식과 덕망이 있는 지인들을 교사로 초빙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중학 과정을 이수토록 지원했다.
선친의 유지를 받들고 있는 권씨는 1999년에도 제6회 단양군 군민대상 지역사회개발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금으로 받은 100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선친의 꿈을 대신 이루는 동시에 어려움 없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이웃의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로 권씨는 장학금 전달을 결심했다. 장학회의 조동학 사무국장은 "그동안 많은 주민들이 장학금을 기탁했지만, 부친상을 치르고 부의금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단양=방병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