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동의보감> 예올 한의원 원장 박성규
머리는 8개의 뇌두개골과 14개의 안면두개골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뼈들은 얼굴 모양을 이루는 근간이 되며, 여기에 18종의 얼굴 근육이 덧붙여져 표정을 만든다. 이러한 구성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으나 사람마다 얼굴 형태나 표정은 천차만별이다.
미추는 피부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하지만 피부 차이가 많은 차별을 파생한다. 얼굴은 정신과 육체의 표상이라고 간주되기에 얼굴은 높은 가중치의 평가기준으로 간주된다. 우리 조상들은 신언서판(身言書判)에 의거하여 사람을 평가하였는데, 여기서도 용모는 으뜸가는 기준이었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얼굴 비중이 더욱 커져, 스스로의 외모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성형수술에 의존하여 자신감을 갖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를 주제로 한 영화가 인기를 끈 것도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얼굴 생김새로 길흉화복을 점치는 관상술은 동양의 오래된 술법으로 매우 정교하게 발전하였다. 관상술에서는 전체 체격도 보지만 무엇보다 두상과 얼굴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또한 얼굴이 육체와 정신뿐만 아니라 운명도 가름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의학적인 측면에서도 얼굴은 매우 중요하다. 두상과 안면에 오장육부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관상술에서 말하는 바의 길흉화복과는 차이가 있지만, 두상과 안면은 오장육부의 선천지기와 후천지기를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진단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의학적 진단은 형색맥증(形色脈證)으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가장 중요한 형색(形色)은 바로 두상과 안면에서 결정되며 이는 진단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 맥상과 병증을 보는 것은 확인과정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형색의 비중이 높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얼굴 형색은 오장육부, 음양기혈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코는 명당이라고 하는데, 명당의 색이 가라앉고 탁하면 속에 병이 있는 것이고, 뜨고 윤택하면 겉에 병이 있는 것이다. 황적색은 풍증이고, 청흑색은 통증이 있는 것이고, 백색은 한증이다. 누렇고 기름처럼 윤기가 돌면 고름이 있는 것이고, 적색이 심하면 혈증이다. 얼굴의 부위는 오장육부에 연결되는데, 이마에서 미간까지는 머리와 인후에 속하는 부분이며, 미간에서 콧대를 따라 코끝까지는 폐(肺), 심(心), 간(肝), 비(脾), 신(腎)의 오장에 속하는 부분이다. 눈 안쪽으로부터 코 옆으로 내려와 입술 아래에 이르는 곳은 담(膽), 위(胃), 대장, 소장, 방광의 육부에 속하는 부분이다. 관골에서 뺨까지는 어깨, 팔, 손에 속하는 부분이고, 아래턱부위는 넓적다리, 무릎, 정강이, 발에 속하는 부분이다. 이마는 심의 부위이고, 코는 비의 부위이고, 왼뺨은 간의 부위이고, 오른뺨은 폐의 부위이며, 턱은 신의 부위이다. 오장육부의 해당되는 부위를 살펴 황적색이면 열증이고, 백색이면 한증이고, 청흑색이면 통증이 있는 것이다.
눈이 적색이면 병이 심에 있고, 백색이면 폐에 있으며, 청색이면 간에 있고, 황색이면 비에 있으며, 흑색이면 신에 있고, 누리끼리한 색이면 병이 가슴속에 있다. 안색을 살필 때 황적색이면 열기가 많은 것이고, 청백색은 열기가 부족한 것이고, 흑색은 다혈소기한 것이다. 오장의 기가 쇠하면 안색이 반드시 어둡고, 안색이 어두우면 반드시 죽는다. 안색이 어두운 것은 생사가 달린 징조이다. 색은 신(神)의 깃발이고 오장은 신의 집이다. 따라서 신이 떠나가면 오장이 쇠하고, 오장이 쇠하면 안색에 이상한 징후가 나타난다. 외모가 중요하지만 성형수술 등 인위적 조형은 오히려 복을 갉아 먹는다. 관상술에서 얼굴 형색을 중시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음 씀씀이를 중시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 예올 한의원 원장 박성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