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박광호 편집부국장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지만 올들어 가장 큰 이벤트였던 만큼 얘깃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한 당선자와 낙선자의 뒷얘기고, 그것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게 여론조사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형편없이 깨지는 걸로 나왔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일방적인 게임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박빙의 승부가 연출됐는가 하면 이기는 것으로 예상됐던 사람이 지고, 질 것으로 알았던 사람이 기사회생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충북 충주다. 지난 3월 31일 주요 신문·방송이 공동으로 가진 여론조사에서 이시종 후보 48%, 윤진식 후보 20.4%의 지지율로 더블 스코어가 나왔다.
여론조사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해 볼것도 없는 게임이었고 윤 후보측 입장에서는 힘이 쭉 빠지는 조사였다. 워낙 차이가 많다보니 선거운동원들도 흥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개표를 해보니 웬걸 아슬아슬하게 이시종 후보 48.04%, 윤진식 후보 46.0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본다면 윤 후보의 지지율은 불과 아흐레 만에 25.69% 포인트가 뛰어오른 것이다.
아쉬움이 컸던 윤 후보는 선거가 끝난 뒤 자신을 여론조사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했다. "누가 배 차이로 진다는 사람에게 표를 주겠느냐"며 격정을 토해냈다.
또 하나 빅매치였던 충북 보은·옥천·영동도 비슷했다. 4월 2, 4일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심규철 후보는 37.2~39.4%, 이용희 후보는 25.2~30.6%로 승패가 굳어진 거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당시 이 후보의 탈당과 자신의 전력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변신에 반감이 컸던 때였다. 그러나 이곳도 결과는 이 후보의 승리로 나왔다. 개표 결과 이 후보가 43.78%, 심 후보가 41.08%의 득표율을 얻었다.
당사자들이야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도 충주나 보은·옥천·영동 모두 여론조사 예측을 뒤엎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뭐가 잘못 된 걸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마음을 열지 않아서다. 본심과 의사표현이 다른, 그러니까 말은 a후보를 찍었다고 하지만 실제는 b후보에 마음을 줬다는 얘기다. 그러니 아무리 선진기법을 동원해도 정확한 여론조사가 나오지 않는다.
혹자는 이를 전형적인 충청도 기질이라고 한다. 내색않고 적극적인 반응도 없다가 슬그머니 움직인다고 꼬집는다. 기분 나쁘지만 한 두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는게 아닌 걸로 봐서 그런 기질이 아주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지역의 경제 관련 기관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지금 충북의 중소기업 사장(ceo)70%는 외지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지역에서 부대끼며 살기가 힘들다고 해요. 이곳 사람들이 폐쇄적이라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떤 경제단체에서는 아예 끼워주지도 않는다고 해요. 끼리끼리만 어울린다는거죠. 비록 일부지만 공무원들도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되는 그런게 없다고 하고…"
물론 이런 지적과 불만이 충청도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실없는 소리 하지말라"고 역정만 낼 건 아니다. 바로 20일 전 여론조사 결과가 말을 해주지 않는가.
국토의 중심 축, 국가 균형발전의 주무대가 되고 더 많은 기업유치로 지역경제를 살찌우려면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자. 자치단체나 기관, 단체에만 열린 마음을 주문하지 말고 지역민부터 마음의 문을 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