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미술이야기] 2007년 5월 17일

▲ 알고있는 꽃을 즐거운 꽃으로 표현한 엄마교실


무심천 양쪽 길을 뒤덮었던 탐스런 벚꽃은 어느 새 초록의 잎들로 단장을 마치고 벌써부터 제법 나무의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다.

봄이 오니 꽃을 피웠던 것인지, 꽃을 피우니 봄이 왔던 것인지…. 어느 것이 어울리는 말인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봄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느긋하고 여유롭게 만드는 힘이 있나보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사람에게는 각자의 마음이 있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많은 개인적인 견해를 느끼게 하는 성질을 만든다지만, 기분 좋을 만큼의 따뜻한 날씨와 부드러운 바람에도 살랑살랑 떨어지는 화사한 꽃잎을 가진 향기로운 나무 밑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라면 모두가 즐거움과 만족을 느낄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필자가 부모교육을 했을 때의 일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에는 맞벌이부부가 많은 관계로 그런 가정을 위해서 배려된 시간으로 늦은 저녁시간에 초청을 받아 부모교육 세미나를 했을 때의 일이다.

필자가 자주하는 질문 중에 한 가지인 질문을 한다. 미술에 자신있으신 분은 손 한번 들어 봐 주실래요? 항상 이런 질문엔 백 여 명에 두세 명 정도만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내려놓는다.

다음엔 그럼 나는 미술을 잘 못한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손 좀 들어주실래요? 하면 슬금슬금 눈치 보며 거의가 다 손을 든다.

이번엔 아까보다 좀 더 자신있게 손을 든다.

그리고 무슨 미술을 못하는지 궁금하여 물어보면 이유도 형형색색이다. 필자는 마음 속에 아름다운 것 한 가지씩만 담아놓으라고 제시한다.

무엇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좋아하는 색깔과 모양으로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피카소나 백남준이 되었다고 가정하여 자기의 생각으로 맘껏 그려보라고 한다. 조금 더 시간을 주고 무엇을 그린 것인지 그림으로 부족한 부분은 글로 써서 보충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동 안에 자신에게 일어났던 감정도 솔직하게 글이나 말로 표현해보라고 한다.

그러고 나면 대부분은 자신의 그림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실에 모양과 똑같지는 않지만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낀 것에 생각과 감정을 담아 그리면서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미술은 이런 것이라고 본다.

봄에 예쁜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가슴을 갖고 있는 것이 미술이며, 자식의 어여쁜 모습을 보며 사랑으로 서툴게 그리는 것이 미술이며, 전시장을 둘러보고 감동을 받는 것이 미술이며, 모두가 화분의 예쁜 꽃을 그릴 때 혼자서 꽃의 향기만을 온통 색으로 칠해 놓을 수 있는 용기가 바로 미술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너무 억지를 쓴다고 말하는 이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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