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혜 칼럼>충북대 교수ㆍ객원 논설위원

오월은 누가 뭐라 해도 주머니를 털어내는 행사가 많은 달임에 틀림없다. 근로자의 날을 필두로 하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냥 눈감고 지나칠 수 없이 지갑을 열어야만 하는 날들이 아닌가 싶다.

어디 그 뿐인가 성탄절만큼 의미있는 석가탄신일도 거의 매년 5월의 한 꼭지를 장식하고 있고, 성년의 날, 로즈데이 역시 장미의 이름으로 장식하고 있다.

아이들의 봄 소풍과 체육대회도 대학 캠퍼스의 축제도 빠지지 않고 5월의 불특정한 어느 날을 자리 메김 하고 있다. 어른들의 지갑이 열리는 달을 고민하고 있을 때 대부분의 청소년들이나 어린이들은 저마다 중간고사를 코앞에 두고 시쳇말로 그들도 열리는 것이 있다고 푸념하지 않을까 싶다.

넓은 운동장이나 푸른 벌판 대신 학원과 도서관에서 5월의 따스함을 등 뒤로 하고 있으니 어찌 지갑 열리는 어른들의 우울한 마음 못지않을까? 어른들은 의례히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있기를 바라곤 한다.

필자 역시 공부하기 시작한 아이들이 30분도 채 안되어 일어나면 몹시 불안해하거나 신경에 거슬려 하며 주의를 주곤 하였다. 그런데 아이들도 저마다의 공부 체질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거나 밤을 새며 공부하는 것을 채근하지 말라는 교육학자도 있다.

여기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과학자 두 사람 이야기로 그 이유를 대신해볼까 한다. 미국의 발명가 이며 "천재는 2퍼센트의 영감과 98 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에디슨은 하루에 잠을 4시간만 잤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아이들에게 교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가끔은 부모님들의 훈계 속에서 빠지지 않는 레파토리 중 하나가 '4당(當)5락(落)' 이라 하여 4시간 자면 원하는 곳에 합격을 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디슨은 연구에 몰두해서 하루에 잠을 4시간만 잔 것은 아니다.

에디슨은 지독한 불면증 환자였고, 그는 점심식사 후에는 2시간 정도 낮잠을 충분히 즐겼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인가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의 대단한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 역시 하루에 10시간 이상은 잠을 자는 잠꾸러기였다.

에디슨도 아인슈타인도 각자 자신에게 맞는 연구방법은 있었겠지만 잠만 자지 않거나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는 것만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일들을 이루어 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오월에 유난히 행사가 많은 이유는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학원과 도서관, 책과 문제집으로 찌들어 있는 젊고 여린 청소년들에게 따가운 봄볕의 햇살도 직접 받아보고 구부정하게 의자 위에서 웅크리지 말고 당당하게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서서 가슴을 활짝 펴고 다소 건조한 오월의 봄바람을 느껴 보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창 봄이 무르익는 5월이 어린이에게도 청소년에게도 어르신들에게도 적당히 좋은 온도의 기분 좋은 계절이어서 우리는 '계절의 여왕'이라는 칭호까지 기꺼이 선사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자꾸만 더워지는 요즘을 생각하면 이런저런 행사가 이제는 4월로 이사가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기우도 해보곤 한다.

김미혜 충북대 교수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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