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칼럼>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만화가 허영만 원작의 영화 '식객'은 최고 요리사가 되기 위한 두 청년의 피 말리는 대결을 그리고 있다. 다양한 요리정보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 만점의 스토리, 게다가 현란한 요리솜씨와 당장이라도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음식들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세계 3대 요리 중의 하나인 프랑스 요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라따뚜이'는 절대미각과 빠른 손놀림, 요리에 대한 열정의 쥐 레미가 최고의 요리사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예술적인 감각의 프랑스 요리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바베트의 만찬'은 복권에 당첨된 프랑스 요리사가 덴마크의 외딴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프랑스식 만찬을 대접한다는 내용의 영화인데 이 또한 예술적인 아름다움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이밖에 조문탁과 장국영 주연의 '금옥만당'에서는 무술과 요리의 화려한 랑데부를 통해 아름답고 진귀한 중국의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은 한국 최고의 스타 출연과 함께 궁중음식의 진미를 사극 판타지로 보여주면서 중국 일본 태국 등에 한류열풍의 주역이 된 바 있다.

이처럼 음식을 테마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미각과 후각, 그리고 시각을 자극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를 표출시키고 대리만족시키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국의 문화적 특징을 음식이라는 화두를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스토리의 다양성과 문화적 가치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한식(韓食), 한복(韓服), 한옥(韓屋), 한글 등을 '한브랜드' 대표상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의 고유한 멋과 맛이 살아있는 대표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전주 비빔밥, 안동 간고등어, 청주 한정식등 전통의 맥(脈)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려 하고 있다.

이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음식에 대한 과학적면서도 역사적인 접근이 중요하겠지만 음식의 '담음새'에 대한 각별한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담음새란 음식을 담는 그릇과 그릇의 다양성을 일컫는다.

예쁘고 맛있는 음식,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역사적 가치를 온 몸으로 체휼하는 특별한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음식을 담는 그릇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을 눈으로 먹는다고 표현하는 것도, 그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함축적인 콘텐츠가 음식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 봐도 그릇에 한국의 미가 담겨져 있지 않다. 플라스틱류의 그릇이거나 기계로 대량생산된 그릇들이 대부분이다.

그 지역만의 독특한 디자인, 그곳만의 차별화된 그릇, 음식의 특성을 잘 살린 멋진 패턴을 만날 수 없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크고 작은 식당 어디를 가도 공방에서 갓 구워 낸 예쁘고 멋진 그릇을 만날 수 있다.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한국공예관에서는 이처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품격을 높여주고 새로운 멋을 창출할 수 있는 이색 전시를 기획했다.

조선백자의 멋스러움을 살리는데 힘써 온 도예가 서영기씨 초대전이 바로 그것. 충북 단양군 방곡도예촌에서 전통 장작가마로 도자기의 멋스러움을 만들어 온 작가가 옛 기술 그대로 재현해 백자를 만드는 한편, 현대적인 감각과 디자인의 하이터치기법을 통해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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