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잊혀져 가는 풍경 ⑮ 최병천 권투체육관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1977년 11월 파나마에서 홍수환 선수가 세계챔피언 카라스키야를 3회 ko로 물리치고 챔피언 벨트를 따낸 뒤 외친 유명한 한마디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 때 권투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줬고 고된 일상을 이겨낼 수 있게 한 활력소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권투계는 1970~80년대의 화려한 영광을 뒤로 한 채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세계챔피언 한 명을 배출하기도 버거운게 현실이다.
최병천 권투체육관 관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리막 길로 접어든 권투의 부활을 꿈꾸며 세계챔피언 발굴을 위해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최병천 권투체육관' 관장 최병천씨(40). 최씨는 중학교 2학년 때 권투와 연을 맺어 1999년 충북대표로 선발된 뒤 2000년 프로에 입문 해 2005년 은퇴할 때까지 10전 10 ko승을 거둔 알려지지 않은 '돌주먹'이다.

지난 2001년 체육관을 개관한 최씨는 프로권투선수였던 친형이 후유증으로 36세에 요절한 뒤 권투 외길을 택한 아픈 사연도 갖고 있다. 선수생활 시절 재밌는 일화도 있다.

제주도에서 경기를 갖게 된 최씨는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나 긴장한 탓에 아침부터 설사를 계속 해 경기에 못나가겠다고 했다. 그 때 당시 최씨의 스승이던 김춘석씨(현 서울 극동프로모션 관장)는 링에 안올라가면 최씨를 때려 눕히겠다고 겁을 줘 경기에 출전했고 결국 이겼다.

그는 체육관에 찾아 오는 권투 지망생들에게 "운동을 시작하고 1~2개월 만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한 사람들이 많다"며 "끊기가 없고 인내심이 부족한 점이 요즘 젊은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따끔한 질책을 한다. 그는 "태보, 이종격투기 등 새로운 운동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오래 가지는 못 할 것"이라며 "링위의 진정한 생존경쟁을 보여주는 권투의 인기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도영기자 5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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