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원수는 술과 계집이다


사내 원수는 술과 계집이다
애당초에야 술과 계집을 원수로 생각할까. 일을 저지르고 난후에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을 다시고는 또 찾는게 술과 계집이다. 그래서 원수로 여기지만 원수를 사랑하기 위한 것인지 끝내 결별을 못하는게 사내들의 생리다.
사내의 정은 동물과 같아서 여러 갈래로 흐르고 여편네의 정은 폭포같이 왼골로 쏟아진다.
가문 밭이나 논에다 물을 대 본 사람은 알것이다. 고랑고랑에 물이 흘러들어 가는것을. '품마다 사랑은 있다'고 믿는 것이 사내고 보면 숱한 여자에게 퍼 붓는게 사내의 정이다. 반면 여자의 정은 자기 낭군 한사람에게 폭포처럼 퍼 붇는다는 말인데 이제는 세태가 달라져 남녀 가릴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물 같은 정이 되었다.

성미 급한 년이 맷돌거리 한다
성급한 여편네가 맷돌거리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위의 맷돌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래 맷돌에 꼭지를 박아 놓았다. 말하자면 위의 맷돌이 암놈이고 아래 맷돌이 숫놈이다. 여자가 눕고 남자가 오르는 성행위를 보편적 행위라 한다면 맷돌거리는 다소간 독특한 체위가 된다. 성급한 여자가 택하는 방법이다.

밭떠귀가 사나우면 가는데마다 먹고 난 자리뿐이다
밭떠귀란 사람이 가는 곳을 따라서 길흉화복이 생기는 운수. 운이 좋지 않으면 늘 뒷전만 친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밭떠귀가 사나우면 가는데마다 먹고 난 자리뿐이듯이 거위침을 뱉으려고 짐짓 돌아서는 순간 얼핏 영두의 시선을 끊어간 것은 아까 버스에서 별 움둑가지 소리로 소녀한테 따라 붙이기에 바쁘던 바로 그 사내였다.
(이문구 '산너머 남촌')

발로 막는 물 가래로도 못 막는다
작은 일로 될일을 방치했다가 아주 큰 노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으로 빗대는 말. "…그때만해도 금방 나무가 쓰러지는건 아니였으니까 돈이 모일때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충분한 약을 사다가 뿌렸다면 하고 땅을 쳤지요. 발로 막을 물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상문의 '1972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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