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석교동 '남부얼음'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남부얼음' 사장 구연수씨가 배달할 얼음을 자르고 있다.
여름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가족·친구들과 아이스박스에 시원한 얼음을 싣고 강·바다로 달려간다.
하지만 휴가철이 되면 얼음을 자르느라 분주한 사람이 있다.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남부얼음' 사장 구연수씨(56)는 38년동안 청주시내 곳곳에 얼음을 배달하며 살아온 얼음업계 '대부'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어린 나이에 청주로 나온 구씨는 콩나물 배달을 하다가 자전거에 얼음을 싣고 가는 모습을 보고 신기한 나머지 얼음공장에 따라갔다. 뜨거운 한 여름에 시원한 얼음을 배달해주는 일에 매력을 느낀 그는 18세에 얼음 배달에 뛰어 들었다.
구씨가 일을 시작한 당시 전기 냉장고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터라 사업은 금방 크게 성장했다. 구씨는 "예전엔 전기 냉장고 대신 함석으로 만든 냉장고에 얼음을 넣고 톱밥을 채워 놓는게 전부였다"며 "그나마도 부유한 집에서 김치 정도를 보관 하기 위해 얼음을 주문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구씨는 "1990년대 초반 승용차가 많이 보급되면서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싣고 휴가를 가는 사람이 늘어 잠시 호황을 누렸다"며 "이제는 각 가정마다 냉장고가 보급되고 업소는 제빙기까지 설치하면서 얼음 배달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음을 사는 일부 손님중에 얼음에서 상한 냄새가 난다며 냄새를 맡고 배달중에 녹는 것은 당연한데 무게가 줄었다고 항의하는 손님이 가장 당황스럽다고 웃으며 말한다.
구씨는 "휴가철이 가장 바쁘고 1년 365일 휴가가 없어 가족들이 불만이 많다"며 "비록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하늘이 주신 천직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의용소방대 남부지역대 대장도 맡고 있는 그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11년째 얼음값도 올리지 않으며 지역 사회에 일원으로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오도영기자 5dy@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