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부시장 인선 문제로 촉발된 충북도와 청주시의 갈등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김종록 부시장이 임명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정우택 지사의 예정됐던 청주시 방문 취소·연기로 되살아나더니, 이번엔 음식물 쓰레기 관련 충북도의 감사 결과로 '수사 의뢰'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검찰에서 정식으로 수사 의뢰 공문을 접수받지 않아 법정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졌지만 어찌됐든 광역단체의 감사 결과에 기초단체가 불복, 사법기관에 수사까지 의뢰한 것은 이번이 전국에서 첫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등 충북도와 청주시 간 갈등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부시장 인선'에 이은 '정 지사 방문 연기'까지는 정 지사와 남 시장의 개인 감정으로 치부될 수 있었으나, 충북도 감사 결과에 대한 청주시의 '불승복'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는 이제 '양 기관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고, 그 상황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이젠 양 기관 관계자들이 불똥이 어디로까지 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정도로 도를 넘어섰다.
감사 결과에 대해 이례적으로 20쪽이 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을 한 충북도나 '감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제하의 18쪽에 달하는 반박 자료를 내고, 검찰에 수사 의뢰까지 시도한 청주시의 행위를 누가 정상적으로 보겠는가. 지금까지 진행된 일련의 사태만 놓고 봐도 서로 '감정적 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결국 시민단체에서도"충북도는 '질서문란'으로 청주시 공무원을 중징계하려고 해 사태를 촉발시켰고, 시는 도 감사를 '길들이기' 식으로만 본질을 흐렸다"며 "양측이 감사에 불응한 공무원에 관한 내용을 소상히 공개하고, 감정 대립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까지 발표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이 어느 한쪽에 국한되지 않고 도와 시 모두에게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양 기관의 갈등 국면은 '살 얼음판 위를 걷는 황소'에 견줄만큼 위태롭기 짝이 없다. 서로에게 감정이 있는 게 사실이고, 나름대로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지만 '싸움에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는 지극히도 평범한 진리를 너무 쉽게 간과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싸움도 때를 가려야
양 기관의 '갈등'과 장(長)들의 '아집'은 좋지 않은 시기에 불거졌고 사태가 커졌다.
물류 대란이 빚어지고, 건설 기계 노조 파업으로 생산·산업 현장의 기계 소리는 멈춰 선데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올라 서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 치는 총체적 국가 위기 속에서 지사와 시장, 도와 시 간 싸움의 의미는 퇴색됐다기 보다는 아예 없어졌다.
갈수록 삶이 피폐해지는 서민들을 위해 전 행정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양 측의 갈등은 '배부른 감정 싸움', '기관 이기주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태 해결을 위한 고민 보다 자신들의 이해득실만 저울질하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작태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그 단초를 양 기관, 그 것도 수장(首長)들이 자초했기 때문에 매듭도 분명 그들이 풀어야 한다.
진흙탕 싸움일지라도 누군가 이해를 해 줄 때 그 명분이 선다. 그렇지만 현 사태에 누가 손톱만큼이나 애정을 갖겠는가. 아무리 감정이 상해도 시민의 혈세로 존재하는 행정기관은 주민의 입장에 서야 하고, 주민의 아래에 존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합리적으로 협의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정 지사와 남 시장은 감정 싸움과 자존심 대결을 멈추고, 충북도민과 청주시민을 위한 행정에 전념하라.
150만 도민과 65만 청주시민이 안타까움을 넘어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들의 심정을 정확하게 헤아려야 한다. 그 것이 도민과 시민들이 선택해준 선출직 단체장의 당연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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