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동면을 끝내고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찌감치 대선행보에 돌입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잠룡(潛龍)들이 서서히 제 목소리를 내면서 다양한 형태로 대선레이스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
우리당에서는 지난 7일 김원웅(金元雄) 의원이 처음으로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가 당에 복귀하면서 대선후보들이 워밍업 단계에 들어간 형국이다.
지지부진한 대통합신당 추진작업으로 인해 대선레이스 참여를 선언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대선까지의 빠듯한 일정을 감안할 때 더이상 당내 상황에만 얽매여 잠행만 할 수도 없다는게 주자들의 생각이다.
실생활 밀착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민심탐방에 뛰어든 정동영 전 의장은 14일 인천, 15~18일 충남지역을 돌면서 중소기업 현장체험, 학부모 교육간담회, 넥타이부대와의 대화, 포장마차 도우미 활동 등 민생투어를 계속할 예정이다.
또 25일에는 자신의 지지그룹인 지역별 평화경제포럼 구축의 완결편 격으로 서울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평화와 경제를 정동영의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8개월간 쌓인 피로를 풀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김근태(金槿泰) 전 의장은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김 전 의장은 비상대권의 짐을 내려놓고 정치인 김근태로 돌아온 것을 계기로 개헌,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남북문제 등 주요 정책현안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면서 개혁 정체성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틈틈이 지역을 돌면서 얼굴을 알리고 김근태 친구들 등 자신의 지지모임을 공고화하기 위한 조직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당복귀 후 휴식을 취해온 한명숙 전 총리는 첫 외부일정으로 11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예방해 조언을 듣는다.
한 전 총리는 앞으로도 당분간 휴식과 함께 지인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통합추진 과정에서의 역할이나 향후 행보 등 정국 구상에 비중을 둘 예정이다. 한 측근은 "정국구상이 끝나면 적극적이고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대권 레이스 합류에 무게를 뒀다.
영남권 친노(親盧)직계로 분류되는 김혁규(金爀珪) 의원은 그동안의 물밑 행보를 마감하고 당의 대통합신당 추진 윤곽이 드러나는 다음달 중순께 대선 경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핵문제 해결을 통한 남북평화구조 정착, 4년 연임제 개헌의 달성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정치권 안팎에서 분주한 활동을 벌이는 한편 기자간담회를 정례화해 언론과의 접촉면도 넓혀간다는 생각이다.
김원웅 의원도 11일 고조선 역사복원 대축제, 12일 우리당 전국여성위원회 등 당 안팎의 각종 행사에 참석하면서 이름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당내 잠룡들의 기지개와 달리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은 범여권의 집중적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정치참여 여부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뜸들이기에 들어간 상태이다.
정 전 총장은 "이번 학기까지는 강의한다"며 빨라도 5월말까지는 학교에 남아있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뒤 매주 월.수.금요일 사흘간 잡혀있는 강의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정계진출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정치권의 정치참여 요청이 계속되고 있고 대선까지 남은 정치일정이 촉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기중이라도 중일대 결심을 내릴 가능성은 열려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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