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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린아이들이 울긋불긋한 비옷을 입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비옷은 화학 물질인 비닐(vinyl)을 사용하여 만든 옷으로 빗물이 통과하지 못하고 흘러내리게 되어 있지만, 이 옷을 입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체온으로 인하여 더워지게 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요즈음은 통풍이 잘되는 비옷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화학섬유가 나타나기 전에는 비가 올 때 무엇을 입고 다녔을까?
우리 선조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도롱이라는 어깨에 걸치는 비옷을 입고 외출을 하거나 일을 하였다.
도롱이는 재래식 우장(雨裝)의 하나로, 한자로 사의(蓑衣)라고도 하는데, 지방에 따라 도롱옷, 도랭이, 도링이, 우장, 두랭이, 되랭이 라고도 하며 옛말로는 되롱·누역이라고도 하였다.
도롱이는 벼짚이나 보리짚, 띠(茅)나 그와 비슷한 풀로 촘촘히 엮어, 빗물이 미쳐 스며들어가지 못하고, 줄기를 따라 땅으로 흘러내리게 하였으며, 줄기 끝부분은 그대로 드리워 끝이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길이는 활동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엉덩이까지 내려오게 하였다. 농촌에서는 농부들이 비오는 날 들일을 할 때에는 머리에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필수적으로 입었다.
볏짚처럼 발수성이 있는 섬유에는 물이 스며들지 않고 그대로 흘러내린다. 이 도롱이는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한 것으로 물은 자체의 표면적을 줄이려는 성질(凝集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촘촘히 엮여 있는 풀 사이를 통과하지 못하고 작은 물방울이 맺히게 된다.
물방울이 맺히게 되면 응집 현상으로 주변의 작은 물방울을 흡수하여 커지게 되고 큰 물방울은 자체의 무게가 늘어나 중력에 의하여 풀을 따라 흘러내리게 되어 빗물이 안으로 스며들지 않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고대부터 비를 피하는 우의로 도롱이를 널리 사용하였다.
머리에는 어깨 너비 이상이 되는 삿갓을 씀으로써 도롱이와 함께 비옷의 역할을 다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선조들의 삶은 자연과 어우러져 하나되는 모습이어서 민화나 풍경화와 같은 그림에서 자주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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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