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의 창>윤광희 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 관리단장

윤광희 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 관리단장
인류는 홍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를 보면 타락한 인류를 심판하기 위해 여호와가 대홍수를 일으켜 150일간 대지를 잠기게 했을 때 노아에게 네모난 큰 방주를 만들게 하여 많은 다른 동물들과 함께 살아남게 했다. 또 옛날부터 중국에서는 홍수와관련한 다음과 같은 신화가 전해진다.
지상의 아름다움에 반해 하늘나라에서 상제(上帝)의 윤허를 받고 땅에 내려온 천신에게는 복희(伏羲)와 여와라는 아들과 딸이 있었다. 천신이 지상세계를 아름답게 가꾸어 통치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포악하고 심술 많은 뇌신(雷神)이 삽시간에 천지를 홍수로 뒤덮어 버렸다. 이전의 싸움에서 천신의 포로가 되었던 뇌신은 복희와 여와의 도움으로 살아 도망치며, 언젠가 홍수로 지상세계를 휩쓸어 버릴 때 배를 만들어 살아남으라며 생명의 은인인 복희와 여와에게 표주박 씨앗을 주었다.
그 덕분에 복희와 여와는 뇌신이 준 표주박 씨앗으로 만든 호로(葫蘆)배를 타고 대홍수에서 유일하게 함께 살아남아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는 설화다. 이토록 홍수는 아직까지도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천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들에게는 홍수가 발생할 것을 미리 알게 하여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 어떤 신이나 예언자가 없다. 다만 우리 자신의 사전대비나 기술력에 의존하는 수밖에.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 들어 여러개의 다목적댐을 건설하여 현재까지 개발된 물 관리기술로 이를 극복하고 있지만 그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우리 국민들 중에는 홍수기가 되면 공포를 느끼는 분들이 많다.
또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큰 홍수로 이따금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가져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 지금까지 다목적댐 건설계획이 어떤 정치적인 논리나 일부 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되는 경우를 수차례 경험한 바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는 지형적인 특성이나 계절적인 기상특성 때문에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수자원의 확보와 관리가 용이치 않다. 따라서 우리가 필요한 만큼의 물을 확보하고, 거의 매년 발생하는 홍수피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다목적댐을 건설하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자원 확보와 홍수예방은 국민의 '생존권적' 차원이며, 국민의 '행복권추구' 차원의 문제로써 이는 환경에 우선해야만 한다. 댐건설로 자연이 일부 훼손된다 하더라도 자연은 스스로의 치유능력이 인간에 비해 월등함은 물론 댐을 건설한다하더라도 환경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또 수자원의 낭비요인과 홍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기 기상예보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과학적인 수자원의 개발과 관리기술을 향상시킴으로써 효과·효율적인 물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댐건설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재작년에 남한강유역에 발생한 홍수로 한강주변 주민들이 노심초사한 적이 있었으나 적절한 홍수대처로 큰 피해 없이 넘길 수 있었다. 그 직후 각계각층에서는 한동안 다목적댐 건설 등 홍수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무성했으나 곧 바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망각 속에 빠져 있다. 이미 장마철은 시작되었으며 언제 또다시 홍수와 태풍이 발생하여 많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할런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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