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박근주ㆍ편집국 정경부 차장

▲박근주ㆍ편집국 정경부 차장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도 오랜 병 수발을 하다보면 천륜의 끈이 약화된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질병은 노인성 치매, 중풍 그리고 관절염 등 퇴행성 질환들이다. 이들 질병은 병원에서도 낫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악화되는 것을 막는데 치료의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 질환에 걸리면 그야말로 한 가정은 불행의 시작이라는 내심 자포자기하는 심정에 빠지곤 한다. 심지어 부모님을 모시기 싫다며 부부싸움이 잦아 지거나 형제간 불화로 번져가는 사례를 얼마든지 접하게 된다.

유교적 관습과 서구적 개인주의 교육 충돌이 빚어내는 우리 사회 도덕 규범의 딜레마이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수명은 1960년에 52.4세였으나 1980년에는 65.8세로 계속증가하고 있으며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1960년에 전체인구의 약 2.9%이었으나, 1998년에는 6.6%가 되었고 2000년에는 7%가 넘었다. 2022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이동하는 간격이 서구 선진국보다 짧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100년이 넘게 걸렸다. 2005년에는 젊은이 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던 것을 2050년에는 젊은이 1.4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분야에서도 준비할 시간이 없어 노인 소외문제도 걱정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복지 시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항상 재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와 중풍 등으로 인한 가정 붕괴를 막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 아래 지난 4월 2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국회를 통과해 오는 2008년 7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적극적 노인복지 정책의 시작이다.

특히 청주시는 이 제도의 본격시행에 앞서 3월시범지역으로 선정돼 5월1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으며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총인구 62만6000여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일반노인 3만9500여명과 기초생활수급권자 3500여명을 합쳐 4만3100여명으로 총인구 대비 6.9%을 차지하고 있고, 대상자 4만3100여명 중 요양 인정 신청율을 15%로 산정했을 때 6400여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 가운데 3.7%인 1500여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관계 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려면 청주시에 거주하는 65세이상 노인으로서 노인장기요양보험센터나 주소지 관할지 동사무소에 신청하면 되고 혜택은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시설급여와 방문목욕이나 방문간호를 받는 재가 급여로 나뉘며 본인부담률은 일반노인의 경우 재가급여는 15%, 시설급여는 20%의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무료이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청주시는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 수와 수준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돼 아직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점은 재가 요양을 위한 도우미 격인 요양치료사를 육성하는 것이다. 치료비 부담도 줄이고 재정도 건전하게 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들의 병의 통증만이 아니라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에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홀로 보내는 시간 동안 외로움을 달래줄 말 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 때문에 직장을 여러번 옮겨야 했던 가장과 그 가족들이 흔들림 없는 천륜의 유대감 속에서 서구사회가 부러워 했던 한국적 가족질서의 틀을 유지하는 노인복지제도의 정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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