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 > 영화
[새영화] 세상에 맞선 사랑 '황진이'
충청일보  |  news@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7.05.28  14:30:0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영화 '황진이' 포스터.
순제작비 100억 원짜리 블록버스터로 보기보다는 세상에 맞섰던 한 여인의 러브스토리로 봐야 할 영화다.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영화 '황진이'(제작 씨네2000ㆍ씨즈엔터테인먼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997년 영화 '접속'으로 1990년대 새로운 사랑의 소통 방식을 소개했던 장윤현 감독은 16세기 조선시대 계급사회에서 억압된 삶을 헤쳐나갔던 황진이의 당당한 사랑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북한 작가 홍석중 씨의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고 계속 언급해왔다.

영화는 '송혜교의 황진이'로 요약된다. 소설 속에서 창조된 '놈이'(유지태 분)가 황진이의 일생 동안 단 한번의 사랑으로 등장하는 것도 새롭지만, 이 영화의 방점은 확실히 송혜교에게 찍혀 있다.

"지난 1년간 이 작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는 송혜교는 스크린 데뷔작 '파랑주의보'에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장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당당하고, 어여쁜 얼굴로 관객과 만난다. 연기력 또한 눈에 띄게 향상된 면모를 보인다.

영화 '황진이'는 하지원이 주연을 맡았던 tv 드라마 '황진이'와 계속 비교돼왔다. 드라마 '황진이'는 주인공을 기녀가 아닌 당대 최고의 예술인으로 그렸다. 하지원은 노력파 배우답게 춤과 악기를 배워 드라마 속에서 이를 화려하게 펼쳐내 보였다.

이에 비해 영화 '황진이'는 '인간 황진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놈이를 떠나보내기까지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송혜교는 기녀로서 재능을 보이는 수고는 덜었다. 그는 나름대로 춤을 배우고 악기를 익히느라 노력했지만 그런 장면이 그다지 나오지 않았으니 관객이 그의 수고를 알아채기는 힘들다. 역으로 보면 그만큼 내면의 분노와 사랑, 화해를 그리는 데 더 공을 들인 것.

양반가의 별당아씨에서 종의 자식임이 밝혀져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참함과 세상을 발 아래 두고 살겠다는 분노, 세상을 농락하는 자만심, 그리고 평생 가슴에 품었던 사랑을 절절히 고백하는 모습까지. 송혜교는 다양한 성정을 내뿜는다.

한편 영화 외형적으로 '황진이'는 새롭지 않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선보인 화려한 의상과 소품을 이미 만났기에 웬만해서는 관객이 놀라지 않는다. 블랙 톤의 한복 역시 '음란서생'에서 김민정이 선보였다.

대작이란 느낌은 금강산의 웅장함으로 전해진다. 금강에서 촬영한 마지막 장면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임을, 세상을 향한 분노와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 또한 결국 자연과 함께 해야 할 삶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잠깐 등장하는 화담 서경덕의 가르침에도 들어 있다.

유지태는 든든하게 송혜교를 받쳐주고, 최근 '거룩한 계보' '천년학'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류승룡이 무게감을 더한다.

어린 시절 송도 황 진사댁 별당아씨 진이는 놈이와 소꿉친구처럼 지낸다. 말없이 연등행사를 데려갔다는 이유로 놈이는 진사로부터 매질을 당한 후 집을 떠난다.

몇 년 후 놈이는 건장한 청년이 돼 진사가 세상을 떠난 후 하인들이 재산을 빼돌려 어려워진 진사댁으로 다시 찾아와 진이 옆에 머문다.

한양 양반가와 혼담이 오갔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혼담은 깨지고, 마침내 진이의 어머니는 "색마였던 네 아버지가 내 몸종을 겁탈해 낳은 아이"였음을 털어놓으며 "이젠 나를 어머니라 부르지 말라"고 내친다.

진이는 놈이에게 기생이 되겠다며 정조를 바칠 테니 기둥서방이 돼달라고 한다. 놈이는 그제야 진이의 친모를 만났고, 진이를 갖기 위해 한양에 가 사실을 일러바친 이가 자기라며 용서하지 말라고 한다.

기생이 된 진이 곁을 지키던 놈이는 진이의 냉랭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송도 최고의 기생이 된 진이를 신임사또가 눈여겨 본다. 억지로 진이를 취하지 않은 사또는 진이를 이용해 절개가 굳은 친구 벽계수를 좌절시키고, 서화담도 꺾으라고 요구한다.

놈이는 어느새 화적떼 두목이 돼 있다. 부잣집과 관아를 털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준 까닭에 놈이를 따르는 백성들이 많아졌다. 놈이가 진이의 기둥서방이었다는 사실을 안 사또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놈이를 잡아들이라고 명한다.

영화 전반부 황진이가 세상에 맞서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후반부에는 진이와 놈이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흘러간다.

2시간21분을 채웠음에도 뭔가 부족한 2%. 그게 참 아쉽다.

6월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연합뉴스

충청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비주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