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계와 별시계인 '일성정시의'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는 해시계와 별시계의 기능을 하나로 고안하여 낮과 밤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천문관측 의기(儀器)로서, 세종 19년(1437년)에 최초로 만들어졌다. 이 기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해시계의 원리와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규칙적으로 회전한다는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일성정시의의 구조와 원리 그리고 사용법은 세종실록 77권에 실린 김돈의『간의대기』서문 중「일성정시의명병서(日星定時儀銘幷序)」와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구조를 보면, 주천도분환(周天度分環), 일구백각환(日晷百刻環), 성구백각환(星晷百刻環), 정극환(定極環), 계형(界衡), 용주(龍柱), 부(趺, 받침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일귀백각환으로는 낮의 시간을, 성귀백각환으로는 밤의 시간을 측정한다.
일성정시의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극축(極軸)조정을 해야 한다. 극축조정은 관측자가 십자거 중앙에 있는 구멍을 통해 구멍의 중심과 정극환의 중심을 북극성에 일치시켜 북극(北極) 축을 맞춘다. 이때 받침대의 물홈에 물을 채워 기기의 수평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1시간을 60분, 1분을 60초로 나누는 시각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당시에는 하루를 12시 백각(百刻)으로 나누었다.
12시는 자시, 2시는 축시 등으로 불리었으며, 매 시는 초와 정으로 2등분하고 초와 정은 각각 4와 1/6각으로 나누어 사용하였다. 1각은 현대시간으로 14.4분에 해당한다.
시간측정방법은 환(環) 중앙에 수직으로 세워진 정극환(定極環)의 양쪽으로 실을 묶고 환(環)위에 놓인 계형(界衡)의 양끝에 묶는다. 한쪽 실에 그림자가 반대편 실에 일치시키고 그때의 눈금을 읽어 시간을 측정한다.
낮 시간 측정방법은, 낮에는 해시계의 역할을 하여 시간을 측정한다. 그림 2와 같이 실1과 실2의 그림자가 종이에 맺혀지는데 이 두 그림자가 서로 겹쳐지면 계형이 태양의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 이때 눈금을 읽어 시간을 측정한다.
밤 시간 측정은, 별들은 그 위치가 항상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뜨고 지는 시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미리 알아둔 별을 기준별로 삼고 두개의 실을 별과 일치시키면 계형이 그 별을 가리키게 된다. 그 때의 눈금을 읽고 기준별이 뜨고 지는 시간을 계산하여 측정 하면 된다.
세종대왕의 독창적인 창조물인 일성정시의는, 해시계로써 물시계(자격루)를 교정할 오정시각을 정확히 구하는 기능을 담당하였으며, 별시계로써 북극성의 위치를 추적하여 천문시간(항성시)을 구해줌으로써 밤 시각을 정확히 측정하고 아울러 365일의 날짜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기능을 담당하였다.
또한 일성정시의는 정극환의 방향을 한양에서의 북극고도에 맞추어 사용함으로서 한양을 기준으로 한 국가 표준시계 역할을 하였으며, 당시의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과학 천문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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