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행복한 이상적인 사회란 국민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때라고 말한다. 그 유토피아에는 모두가 일과 여가를 구분해 자아실현을 도모하고 미래의 비전과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러한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복지사회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렇듯 여가라는 개념은 단순히 남는 시간의 소비적 활동이 아니라 삶의 질과 욕구를 충족하는 창의적 활동이고 자기계발의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여가시간은 절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평균 1705시간보다 길어 최장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8.9달러로 33개국 가운데 28위, OECD 평균의 66%, 미국의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어 효율성보다는 일도 많이 하고, 시간만 길게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많은 나라는 그리스다. 유난히 일을 많이 하는 그리스는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어야 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많은 키워드 중에 과로사회, 피로사회, 잠이 부족한 사회가 회자되고 있다. 영국의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잠이 부족한 국가로 2012년 기준, 평균 7시간 49분의 수면시간으로 조사돼 18개 조사 국가 가운데 꼴찌라고 한다.

이쯤 되면 세계 10위권 고도성장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발판 중의 요인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일 중독 국가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러한 일 중심 현상의 결과로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각종 재난 사고와 산업재해 사고는 세계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아 일 중독과 잠의 부족이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질병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긴 시간, 비효율의 업무는 각종 스레레스성 환자가 증가하는 현실이고, 국민 개개인의 행복지수도 국가 행복수준 순위에서 156개국 가운데 56위로 태국(52위)보다 순위가 낮다. 이러한 현상은 고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숨 막히는 경쟁과 급속한 변화에 익숙해지려는 행태의 산물이고,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보여주기식 부지런한 비효율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이제 물질주의가 여가를 가로막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삶의 행복 추구를 위해서는 '일과 여가의 균형', '공동체의 회복'과 더불어 다양한 여가활동의 참여기회 제공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1년의 기다림 끝에 맞이한 올 여름의 휴가도 막바지에 이르러 여름은 입추를 지나 처서를 향해간다. 휴식과 여가가 주는 여유로움과 즐거움의 가치, 잘 쉬고, 잘 산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속도의 삶과 일상의 효율을 강요하는 세상을 뒤로하고 멈춤, 쉼, 느림의 미학이 필요한 오늘이다.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