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자장면 한그릇의 행복
제천 고추시장 입구서 5년째 급식 봉사
1984년부터 사비로 장학금 기부도 지속
고정 봉사자들도 늘어 지역사회 '훈훈'

▲ 어려운 노인들에게 무료로 자장면 파티를 열고 있는 조국현·목애균씨 부부

[제천=충청일보 목성균기자]충북 제천시 화산동 고추시장 입구 한 나지막한 건물.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면 이 건물 공터에 노인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기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낮 12시가 되면 노인들에게 무료로 자장면 파티를 연다.
 

지난 2009년 8월부터 시작된 사랑의 자장면 파티는 제천시 중앙로에서 하나웨딩플라자를 운영하는 조국현·목애균 부부가 지역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점심시간에 맞춰 무료로 자장면을 대접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5년째다.
 

처음 현수막을 내걸고 시작할 때는 70∼80명에 불과했던 노인들이 1개월 정도가 지나자 입소문을 타고 시내 전 지역에서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현재는 300여명이 넘는 노인들이 자장면 한 그릇에 지친 마음과 허기를 달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매주 수요일) 자장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면만 6박스(1박스에 50인분, 밀가루 1.5포)가 소요된다.
 

이들 부부는 자장면으로 양이 부족한 노인들을 위해 원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도 덤으로 대접한다.
 

이들 부부는 처음에 국밥 종류로 메뉴를 선택하려 했으나 대부분의 노인들이 치아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메뉴를 자장면으로 결정했다.
 

운영 과정에서 자장면 한 그릇으로 부족한 노인들이 많아 6인분의 면으로 5인분의 자장면을 만들어 든든한 점심식사가 되도록 했다.
 

반찬은 단무지와 김치, 깍두기가 전부지만 노인들은 기쁜 마음으로 매주 수요일을 기다린다.
 

이들 부부는 급식봉사가 있는 매주 수요일이면 새벽에 신선한 재료로 시장을 봐 오전 8시부터 예식장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양파와 감자 등을 썰며 자장면 재료준비에 바쁘다.
 

자장면의 맛을 좌우하는 '자장 꾸미'를 만드는 일은 고스란히 남편 조씨 몫이다.
 

처음 조씨는 노인들을 위한 자장면 대접을 위해 전문요리사에게 자장 볶는 방법을 배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중국집 요리사보다 맛 나는 자장을 만들어 내고 있어 노인들에게 인기다.
 

처음 시작하면서 몇 달 간은 부부의 친한 친구와 후배들이 자장면을 나르고 설거지 등을 했지만 소문이 나면서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시작됐다.
 

현재는 지역사회 봉사단체와 기관 등이 매주 순번을 정해 자장면 배식봉사와 설거지 등을 돕고 있다.
 

고정 자원봉사자도 늘어나고 있다.
 

전 제천교육장과 충북도 교육위원을 지낸 전응천씨(68), 강학성 전 제천경찰서 경무과장(65), 박병국 전 현대시멘트 관리부장(73), 박회덕 전 아세아시멘트 노조위원장(72), 박종구(75)·신대식씨(66) 등은 은퇴 후 고정 자원봉사봉사자로 참여해 사회봉사를 펼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제천 지역 관내 기관장들도 매년 이곳에서 2∼3회 정도 배식봉사활동을 해야 체면이 설 정도다.
 

자원봉사자들은 배식봉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노인들을 위한 간식꺼리도 챙겨 온다.
 

봉사자들은 과일, 떡, 과자, 사탕, 커피 등을 챙겨 식사 후 노인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어 노인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시작한지 1년 정도 지나자 배식과 자원봉사자들의 움직임에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0년 10월,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시작한 자장면을 거동이 불편해 출입할 수 없는 시설을 찾아 그들에게도 자장면을 만들어 주자고 결정했다.

고정 자원봉사자들과 뜻을 같이 한 이들 부부는 1톤차량을 구입해 모든 재료 싣고 매주 화요일이면 제천지역 노인장애인시설을 찾아 '달리는 사랑의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 이들 부부는 지난 1984년부터 사재를 털어 장학회(성산장학회)를 만들어 지역 인재육성을 위해 중·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해 오고 있다.

▲ 지난 2009년 무료 급식 시작때 부터 빠지지 않고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정자원봉사자들. 왼쪽부터 신세균, 박회덕, 유일두, 권경자, 신삼순, 홍광표, 박종구, 박병국씨.

  

<에필로그>

제천이 고향인 조국현씨는 미 8군에서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하다 지난 2008년 고향으로 돌아 왔다.
 

유년기를 어렵게 지낸 탓과 고향에 대한 애착심이 강했던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사비를 털어 지역 후배들에게 면학분위기를 높여 줬다.
 

지난 1984년에는 성산장학회를 발족해 지역 중고등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고향에 정착한 그는 예식사업(하나웨딩플라자)을 시작하면서 지역사회봉사 중 노인들을 위한 무료 급식봉사를 생각했다.
 

부인과 친한 몇몇 친구들과 상의해 현재의 자리(고추시장 입구)에서 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자장면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대접하게 된 것이다.
 

17일 자장면 배식봉사활동 중에 만난 그는 아직도 노인들을 위한 맛난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조국현씨는 "시민들의 보살핌과 애정으로 예식사업이 잘되고 있는 만큼 지역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서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자장면 나눔의 사업에 동참해준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에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 무료급식이 있는 수요일 오전 8시30분이면 봉사자들은 급식소로 나와 자장면과 반찬 준비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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