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5월 30일

한 여름이 오기도 전인데 벌써 충북 영동지역에 여치떼가 날아와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한다.

몸길이 3~5㎝의 수만 마리 갈색 여치떼가 과수원에 날아들어 복숭아와 사과, 포도 등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영동군과 농업기술센터가 비상 방제에 나서고 있으나 워낙 여치의 개체수가 많은데다 약을 뿌리면 산으로 도망갔다 다시 돌아와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도 여치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은 농민들로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작년보다 한달이나 일찍 찾아 온 여치는 과수원뿐 아니라 채소밭까지 닥치는대로 열매와 잎을 갉아 먹고 있다.

여치는 메뚜기목, 여치과(tettigoniidae)에 속하는 곤충으로 몸은 비대하고 황록색이나 갈색을 띠며, 날개의 가운뎃방에 검은 점이 뚜렷한 특징이 있다. 머리꼭대기 돌기는 폭이 넓고 위 끝은 둥글며 앞가슴의 앞쪽은 안장 모양이다. 미모(尾毛)는 가늘고 중앙 안쪽에 이빨 모양의 긴 돌기가있다. 여치는 주로 녹색의 잎이나 작은 열매를 먹고 산다.

영동군에서 여치의 피해가 가장 많은 곳은 영동읍 비탄·산익·회동리와 황간면 회포·마포·도동리 일대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여치는 식성도 좋아 한곳에 앉으면 여러그루의 나무와 채소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난해 6월 영동읍 비탄리에서만 30여농가 20㏊의 과수원에서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 출현한 여치떼는 규모가 더 커 피해가 늘어날 전망이다. 영동군은 지난 21일부터 여치떼가 출몰하는 과수원 인근 산림에까지 대대적인 살충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피해가 심한 과수원 주변에는 3~4m 높이의 비닐 장막을 치는 등 피해를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치는 지난 3월에 황간면 회포리의 포도비닐하우스에서 처음 발견됐다. 비닐하우스 등에서 월동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 여치는 따뜻한 기온 때문에 예년보다 일찍 급번성 한 것으로 보인다.

충주와 충남 예산 사과밭 등에 이따금 나타나 피해를 주던 여치가 유독 영동군에서만 수만 마리씩 떼를 이룬 상태로 출현하는 것에 대해 학술적 연구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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