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주위에서 좋다고 하니 좋은 줄 알고 있는데 이런 질문을 정색하고 물으면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무슨 함정이 있을 듯하여 얼른 대답을 못 하다가 아마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맘껏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이 유익하다'고 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사람의 오감을 동원한 체험이야말로 직접적이고 사실적이며 분명하기 때문이고 어릴수록 전 생애를 좌우할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책을 읽고 쓰며 상상하여 얻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단 한 줄의 감명 깊은 글을 보고 몇 날을 생각하기도 하고, 몇 년 동안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불현듯 깨달으며 무릎을 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좋은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밤을 지새우다가 완성하고는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인간은 몸을 움직여서 깨닫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두뇌로 사색하며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고차원적인 면이 훨씬 앞선다. 이 사색을 위한 전 단계의 작업이 있다. 사색을 통한 창의는 보고 만지고 느끼는 수준을 넘어 아는 게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체험학습 이전에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헤브루타라는 토론식 수업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이 수업을 하기 전에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글씨에 꿀을 발라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이 달콤하게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토라 경전과 성경을 암송하게 하는 일이다. 암기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그들은 활발한 토론을 벌여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암기법이 나쁜 공부법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암기하여 기억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해 나가기 어렵다. 초·중·고등학교는 이런 필요성을 채우기 위한 교육과정이 있는 곳이다. '맘껏 보고 느끼며 크는 아이는 공부도 잘 할까?' 라는 질문을 심각하게 해 보아야 한다.
 

책에서만 보던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느끼며 살아있는 배움을 얻을 수 있기에 많이 놀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알고 있는가?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하면 아이가 그 안에서 스스로 배우면서 공부 욕심도 저절로 가질 줄로 기대하는가?
 

그런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의 성적이나 학습태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학습에 너무 손을 놓은 때문이고 그로 인해 공부습관을 잡지 못한 아이는 재학 내내 고전하기 마련이어서 돈을 들고 사교육으로 가기 쉽다. 체험학습만 강조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자신감을 크게 잃을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진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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