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변광섭ㆍ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팀 총괄부장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창조적 진화'라는 저서에서 우주의 만물은 생명의 충동 때문에 끊임없이 유전하면서, 무엇인가를 창조하며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다윈의 '진화론'을 뒷받침하면서 보다 깊이 있고 미래지향적인 삶의 콘텐츠를 찾고자 한 것이다.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세계 정치는 문화와 문명의 괘선을 따라 재편되고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문화적 친화력을 갖는 사회들은 서로 협조하면서 자기 문명권의 주도국 혹은 핵심국을 중심으로 뭉칠 것으로 진단했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부에 대한 개념과 개개인의 삶의 질은 더 이상 고전적인 정의만을 고집하지 않음을 역설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와 함께 새로운 가족형태, 새로운 종류의 음악과 미술, 음식, 패션, 신체적 미의 기준, 새로운 가치관, 종교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태도 등이 함께 밀려오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상호작용하며 부 창출 시스템의 패러다임이 변화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특히 지식 기반 사회라는 특수성과 프로슈머로서의 보다 적극적인 삶이 부의 척도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 지금의 복잡다단한 것 같은 삶 속에는 수많은 먹이사슬이 존재하겠지만 결국은 문화라는 코드로 집약될 것이며, 문화를 통해서 해체되거나 통합의 길을 갈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복지 환경 역사의 변덕 등 모든 것은 문화로 통한다. 그래서 대니얼 에퉁가-망겔은 "문화는 어머니요, 제도는 자식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우리 시대의 글로벌 문화담론으로 크라토피아(cra_topia)를 제안한다. 크라토피아는 창의성(creativity), 장인정신(craft)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거나 발견해 내려는 능력이다.

고등지능을 갖춘 생물의 경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과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기존의 균형 상태를 깨뜨리려는 충동 사이의 긴장이 늘 존재한다.

그리고 이 긴장속에서 인스피레이션이 생성되고 새로운 창조적 결과물이 생산된다.
이러한 창조적 결과물은 수월성(excellence)을 동반한다.

수월성에는 '빼어남', '뛰어남', '탁월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타인과 비해 빼어나고 뛰어난 무엇. 경쟁관계에 있어서의 우월하고 탁월한 무엇. 이런 말들이 상징하는 것이 바로 수월성이다. 경쟁사회에서의 창조성과 수월성은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함께 크래프트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창의성은 자칫 탈인간화와 성장지상주의를 양산할 수 있다.

이는 곧 무분별한 개발, 양적인 확산, 분쟁, 분열 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인류의 재앙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미 사회 저변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제2물결의 부 창출 시스템이 대량화를 가져왔다면, 제3물결은 생산과 시장, 사회를 탈 대량화로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부 창출 시스템을 금전적인 부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부, 즉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 내는 비화폐적인 부로 확장되고 있음을 역설했다. 크래프트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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