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현재 우리 교육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통합' 혹은 '융합'이 아닌가 싶다. 융합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쳐지거나 그렇게 많듦'을 의미한다.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져감에 따라 이들은 복합시킬 수 있는 능력의 인재를 요구하게 됐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대학에서도 한 가지 분야를 넘어 2~3가지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 교육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초, 중, 고등학교 일반 교과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반영되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2015년 고시를 목표로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새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고등학교 문·이과의 통합으로, 문과와 이과 계열에 관계없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공통과목으로 배우게 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가 깔려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융합 교육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대학에서도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융합하는 'STEM 교육'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융합 강좌를 만드는 데에도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한다.
수업에 대한 계속적인 논의 끝에 수업이 실현 가능한 형태를 띄게 되면 실험적으로 일부 수업에 적용을 하고, 보다 널리 적용하기에 앞서, 또 다시 내부 관계자, 외부 전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대한 평가를 하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수업을 개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부 교육 현장에서는 '융합'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보여주기 위한 융합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수학을 영어로 가르친다고 해서 이를 수학과 영어가 융합된 수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수학을 영어라는 언어적 도구를 사용해서 가르치는 것이다.
진정한 융합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과목을 합치는 것을 넘어서서 통합적이고 융합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서 통합과 융합만들 표면적으로 강조하기에 앞서 본질적으로 융합 교육의 의미, 필요성, 목적을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융합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형성됐고 이상적인 융합 교육에 대한 계획이 있더라도 교육과정의 수준에는 보다 신중한 실제적인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흔히, 융합적인 사람의 예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스티브 잡스가 등장한다.
이들은 각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통합이 가능했다. 실제 많은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어떠한 내용을, 어떠한 수준과 방법으로 융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이지영 미국 미시간대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