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사랑 실은 각설이 공연단' 양재기 단장

 

코미디+노래+차력 등 공연 종합 선물세트
여름 휴가철 대천해수욕장 명물 자리매김
"사람들 마음의 상처, 웃음으로 치료하고파"

 

[보령=충청일보 박하윤기자]여름이 다가오면 대천해수욕장의 머드축제와 함께 가장 보고 싶은 이들이 있으니 바로 '사랑 실은 각설이 공연단'!!
 

"건강이 뭐시냐? 체력은 국력, 국력은 정력, 정력은 능력, 능력은 괴력, 괴력은 가정의 행복이란 말이쥬. 대천해수욕장에 오신 여러분 모두 건강하셔유~!"
 

맛깔 난 목소리와 구성진 충청도 사투리로 7, 8월이면 대천해수욕장에선 양재기 품바 공연팀과 관광객들이 만나 흥 돋는 공연한판 즐기는 모습은 이제 당연한 일이다.
 

'체력'이 '가정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맞건 말건, 각설이의 '썰'은 계속되고 구경꾼들의 박수소리도 멈출 줄 모른다. 충청권의 대표 각설이패인 '사랑 실은 각설이 공연단'의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배꼽 잡는 입담에, 대천해수욕장을 찾은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한여름 밤 그야말로 뜨거운 '쑈'를 만난다.
 

'사랑 실은 각설이 공연단'의 단장인 양재기 씨(48·본명 최웅재)는 충남 보령에서 4남2녀 중 넷째로 태어나 밝고 붙임성 좋은 일명 '까불이' 성향으로 어르신이든, 친구든 사람만 보면 좋아하고 이야기 꽃 피우며, 웃음도 눈물도 많은 여린 감성의 정 넘치는 아이로 성장했다.
 

어릴 때 공부를 하고 싶었던 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기술을 배웠지만 지난 1990년 다리를 다쳐 고향에 내려와 요양을 하던 중 해수욕장에서 각설이 품바 공연을 처음 보고 심장이 요란하게 쿵쾅쿵쾅 요동치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고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웃음으로 치료해 줄 수 있는 일. 각설이를 하며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처음에는 공연을 배우기 위해 대천에서 금산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며 공연단을 따라 다녔지만 못한다고 욕먹기 일쑤였고 결국 쫓겨났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우연히 이벤트 회사 사장과 만난 그는 전문 공연 이벤트를 배운 뒤 이후 친구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 각설이를 하려고 했지만 지역 텃세에 밀려 싸우기도 하고 무시도 당하기를 수십 차례. 이렇게는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에 그들을 설득해 이벤트회사에서 배운 실력을 접목시켜 공연단을 만들기로 했다.
 

이때부터 코미디, 노래, 북. 장구, 차력과 함께 드라마가 들어간 한편의 공연이 만들어졌고 공연문의와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결국 자리를 잡게 됐다.
 

이제 그는 진정성있는 공연단으로 인정받아 19년째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에서 '심장병 어린이 돕기 기금모금' 무료공연을 벌이고 있으며, 무연고자 무료 장례식에도 앞장서고 있다.

 

양재기 단장과 '사랑 실은 각설이 공연단'이 대천해수욕장에서 신명하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의 가족...

 

그는 15살이나 어린 아리따운 아내를 만나 1녀1남 남매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아빠~"하며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잘생긴 아들이 다가오자 양 씨는 아들을 반갑게 끌어안는 다정하고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충주 공연을 다녀와서 아들을 일주일 만에 만나게 되네요. 요즘은 각 지역에 축제가 워낙 많아서 스케줄이 빡빡해요"라며 아들을 꼭 끌어안는 모습에 애정이 넘쳐난다.
 

아들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제가 어려서부터 지나가는 어르신까지 쫒아가 붙들고 인사하는 성격이어서 그게 좋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공부 잘하는 것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은 항상 어른 잘 섬기고 예의 바르게만 자라 줬으면 좋겠다"라며 올바른 삶을 강조한다.
 

자녀에게 각설이를 전수시킬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 하고 싶다면 시켜야겠지만 조금 힘이 들긴 하다"며 "하지만 사람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야하는데 정말한다고 하면 잘 하도록 일러 줘야죠"라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그의 꿈...

 

각설이 품바 공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공연으로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혀 이제는 가장 웃기는 공연, 흥나는 공연으로 인식되고 있다.
 

음성지역에서 품바축제까지 열리면서 그는 이제 공연하는 자부심, 즐거움을 갖게 됐지만 아직 각설이공연을 예술로 인정을 못 받는 것은 그에게 가장 속상한 일이다. 일부 관람객은 아직도 각설이패 공연을 거지로 취급해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
 

양 씨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이 각설이 공연을 예술로 인정받아 후배들은 덜 힘들고 무시당하지 않게 하고 싶어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형문화재, 장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 목표이자 꿈"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젠 각설이 공연단 덕분에 우울증을 고쳤다거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싹 날렸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이들도 있다는 양 씨는 "코미디를 하자는 제의도 많았지만 난 각설이가 좋아요"라며 "지금까지 걸어 온 끝, 오늘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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