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선희(염정아)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부의 지시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서 얻은 성과다.

싱글맘 혜미(문정희), 수십 년간 청소를 하던 순례(김영애), 원서만 내면 떨어지는 대졸자 미진(천우희) 등과 함께 일하는 선희는 정규직이라는 꿈에 부풀어 아들 태영(도경수)에게 휴대전화를 바꿔주겠다고 덜커덕 약속한다.

그러나 회사 측은 용역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직접 고용을 회피하고, 그에 따라 선희의 정규직 전환도 물거품이 된다. 용역업체로 가지 않으면 당장 거리에 나앉게 된 마트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부지영 감독은 여러 캐릭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은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10대 태영이 학교와 사회에서 겪는 차별, 30~40대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어려움, 뼈 빠지게 일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50~60대의 아주머니들….

요컨대 '카트'는 10대부터 60대까지 가난과 불안이라는 '블랙홀'에 빠진 서민들의 씁쓸한 초상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살풍경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오로지 사익만 추구하는 대기업의 '외길 보기'와 나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무신경 속에 더욱 팍팍해진다.

"직원을 마음대로 못 자르면 그게 회사야"라는 마트 지점장의 인식은 결국 용역 깡패까지 동원하는 데 이른다. 자본에 편승한 공권력은 파업권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거칠게 옥죈다.  

정경유착의 고리만 문제가 아니다. 파업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회사랑 해결해야 할 일 때문에 왜 고객들이 피해를 봐야 해요"라는 일반 시민의 이기적 시선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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