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도의원

흔히 성인지관점 없는 남성들이, 여성의 정치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논하는 자리에서'여성의 치밀함과 섬세함은 남성정치인들이 놓치기 쉬운 작은 일을 보완하고 보살피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들을 때 마다 실소를 한다. 그런 주장에는 남성은 크고 대범하며 여성은 섬세하고 작다는 고정관념이 작용한다.
사실은 남·녀의 특성이 반대로 작용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지금 충북의 웅대한 남성들의 관심사는 온통 이명박정부의 지역발전과제 이행 여부이다. 혁신도시 건설축소·ㅁ자형 초광역권 개발권에서의 충북소외·국제과학 비즈니스 벨트·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불투명, 거기다 수도권 전철 청주 공항 연장의 불투명 등은 하나 같이 지역 남성들의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상황이다.
남성들에게 철도와 도로 등 soc사업비가 축소되는 것은 뭔가 불안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건설 사업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지역경제가 일어나고 활기를 띠게 된다고 믿는 것도 남성들이 그간 정치와 건설과 개발과 기술과 산업 부문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그 경험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관심은 경험의 산물이고 경험은 관심의 어머니이다. 그러니 남성들은 항상 산업과 개발과 건설에서 멀어질 수 없다.
이에 비해 여성은 어떤가? 내 주변의 여성들은 이명박 정부의 개탄할만한 충북 소외와 멸시에 분노하고 펄펄뛰는 여성이 아쉽게도 별로 없다. 사실 여성들이 건설과 개발에 관심이 적은 것은 기상이 웅대하지 않고 섬세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쪽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경험적 토대를 살려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서 하면 된다는 논리를 펴면 곤란하다.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정서와 감수성과 경험을 무시하고 시행되는 모든 정책의 오류 중 많은 부분이 건설과 개발이며 또한 정책수혜자의 대부분이 남성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경제를 좀 안다는 남성들이 한결 같은 주장은 기업유치고, 기업이 지역에 내는 세금과 일자리와 근로자들의 소비가 지역경제의 윤활유라는 주장인데 틀린 공식은 아니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특히 건설과 개발이 주류적으로 오랫동안 남성의 관심사가 되면서 막개발과 환경파괴 도시집중·농촌소외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기업이 배출하는 공해 처리비용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충당하고 공해로 인한 지역민의 건강 손상과 의료비 부담도 가계와 세금으로 충당되며 도로 교통 주택의 문제도 만만치 않게 부담스러운 문제다.
기업유치도 좋지만 철저히 이런 부분에 대한 검증과 여성 일자리에 대한 고려도 꼭 집고 넘어갈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의 충북 소외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되지만 만약 공들여 유치한다 해도 수혜가 불균형하게 돌아가는 개발은 진정한 발전이 아니다.
정책에서 소외 되었던 여성과 소수자들의 주체적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정책은 떡고물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있는 자들의 반쪽 잔치일 뿐이다. 여성의 섬세함으로 돌봄과 나눔 등 서비스 분야에 주력하고 힘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간 여성이 소외되었던 분야에 여성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정책의 성인지 관점을 통합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책의 수혜가 지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기본 인프라다.
여성들이 이 분야에 주류로 참여할 공간과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하는 의무가 자치단체와 기업과 교육기관에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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